경제·금융

고쳐야할 3대 한국병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겪었던 고비와 이를 극복하면서 보여줬던 돌파력과 리더쉽이 새 정부에 희망을 걸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번번이 국민소득 1만 달러 문턱에서 좌절됐던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염원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사실 김영삼 정부는 군사문화, 그리고 김대중 정부는 금융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느라 성장기반을 다지고 미래를 설계하는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는 과거청산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은 가운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해야 될 여러 가지 과제들이 있겠지만, 지난 정부들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대강 덮어두고 지나갔던 고질적인 `3대 한국병` 치유가 시급하다. 지병 하나둘쯤 없이 지내는 사람도 드물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질병에 진통제만을 먹으면서 버티는 미련한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이제는 만성화되어서 낯설지 않은 한국경제의 3대 지병-농업의 저생산성, 전투적 노사관계, 질 낮은 교육-은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기회마저 박탈하는 중병이 돼가고 있다. 첫째 정치화된 농업정책 때문에 시장개방과 세계화가 커다란 장애를 겪고 있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인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보호무역을 외쳐야 하는 모순은 바로 국제경쟁에 취약한 고비용 농업부문 때문이다. 경쟁력 낮은 농업을 엄청난 사회비용을 치르면서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는 우리 농업을 하루 속히 농업비즈니스로 유도하여 첨단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농업 때문에 한국이 시장개방의 대세를 놓쳐 입게 될 피해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계각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발히 추진하여 마음에 맞는 나라간의 시장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개방에 따른 농업부문의 피해를 우려해 경제통합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겨우 지난해서야 처음으로 포도생산자의 저항으로 지연돼오던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켰을 뿐이다. 우리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ㆍ일FTA 체결은 시급하다. 계속 머뭇거리다가는 국가간 짝짓기와 편가르기가 끝나 우리가 국제사회의 초라한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 둘째 외국인투자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전투적 노사관계도 큰 문제다. 한국에서는 왜 노사분규 현장에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난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외국인투자자의 시각이다. 한국보다 후진국인 동남아나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격렬한 노사분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치열한 국제경쟁, 지식근로자의 등장, 근로자의 참여필요성 증대 등으로 노사간의 화합과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인들이 수년간 노사관계불안을 최대의 불만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멀기만 하다. 전투적 노사관계가 지속된다면 외국인투자자는 물론 우리 기업들마저 한국에 등을 돌리고 중국, 동남아로 향할지 모른다. 셋째 세계와 함께 뛸 21세기형 인재를 육성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교육시스템도 문제이다. 고교평준화정책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학력의 하향평준화와 부실한 대학교육, 이로 인한 우리 인력의 경쟁력저하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기업들조차 국내인력을 마다하고 해외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에는 우리교육에 대한 실망이 자리잡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학생들에게 국수주의적인 의식을 심어주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세계인을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폐쇄성도 큰 문제이다. 우리 교육도 20세기를 지배했던 편협한 민족주의, 허황한 자부심에 기반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열린 시대를 살아갈 세계시민을 키우는 것으로 지향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젊은 세대의 지지였다. 새 대통령이 실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일자리창출이다.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자유무역과 외국인직접투자유치 확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음은 그간의 경험이 말해주는 바다. 자원빈국이고 소국인 한국경제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세계와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는 개방을 방해하고 교류를 가로막는 `3대 한국병`을 치유하는데 정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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