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

"서해 2곳서 유망 油徵구조 발견" <br>2015년까지 국내 대륙붕서 1억배럴 추가확보<br>해외 원유개발 활성화엔 전문인력 육성이 관건<br>페루도 자원민족주의 영향권 피해대책 세워야


‘서해 2곳에 유망 유전매장구조. ‘ ‘국내기업 최대 자원투자처 페루도 자원민족주의 영향권…온건파 당선돼도 피해 예상돼 ‘ “페루에서 온건 성향의 후보가 좌파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자원민족주의 바람은 여전할 것입니다. 따라서 페루 내 자원개발사업의 계약 내용이 불리해지는 등의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황두열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ㆍ볼리비아에 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페루에도 자원민족주의 열풍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페루는 석유공사와 SK㈜ 등이 유전개발에만 10억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남미 지역 내 우리 기업의 최대 투자처다. 황 사장은 또 “서해에서 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 2개의 유망 매장구조를 발견했다”며 “중국ㆍ일본 등과 협력해 오는 2015년까지 국내 대륙붕에서 1억배럴의 석유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내 석유개발과 관련한 기술자료 및 관련정보를 최대한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향후 면밀한 타당성 검토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거쳐 북한 석유개발사업을 남북 경제협력방안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석유산업에 평생을 바쳐온 그는 “해외유전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확보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석유개발 고급인력의 양성을 위해 기업 교육비에 대한 국가지원, 국비유학제도 및 병역특례제도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있다가 공기업 CEO를 맡았는데 소감은.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효율적으로 운영해 최상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공기업은 수익성뿐 아니라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국익 극대화에 경영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석유공사의 역점사업은 무엇입니까. ▦제2의 중동으로 떠오른 카스피해에서 확실한 사업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또 중동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유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사할린에서 석유를 개발해 들여온다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서 수송기간도 훨씬 단축할 수 있습니다. 또 캐나다의 오일샌드 개발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생각입니다. -올해 석유공사의 수익목표는 어떻게 되는지요. ▦당초 올해 매출액은 8,536억원,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유가 상승 및 환율하락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875억원, 3,48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석유정제업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요. ▦국내 정유산업은 공급이 포화상태입니다. 또 국내 여건상 정제업 진출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해외석유개발사업 추진과 연계해서 산유국 등이 정제사업 참여 요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입니다. -북한과의 유전개발 협력가능성은 없습니까. ▦북한은 서해의 서한만분지에서 80년대 중반 하루 450배럴의 원유를 시험생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생산이나 탐사활동이 없습니다. 석유공사는 향후 북한 석유개발사업 참여에 대비해 기술자료 및 관련정보를 최대한 입수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 석유개발사업은 면밀한 타당성 검토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남북 경제협력방안의 하나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 대륙붕 개발 계획도 궁금합니다. ▦매년 2~3공의 탐사시추 등을 벌여 2015년까지 석유 1억배럴, 천연가스 6,000억입방피트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석유공사는 최근 석유매장 가능성이 높은 서해에서 물리탐사를 실시해 2개의 유망 매장구조를 도출해냈습니다. 이곳은 중국이 이미 약 3억배럴의 유전을 발견한 수베이 분지와 근접한 곳으로 중국 측과 협력을 통해 탐사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남미에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6월 초 대선을 앞두고 있는 페루가 문제입니다. 일단 자원국유화에 반대하는 온건파 후보가 좌파 후보에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돼 다행입니다. 하지만 온건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워낙 자원민족주의 열풍이 거세서 현지 진행 중인 자원개발사업에서 우리 기업의 몫이 줄어드는 등 사업계약상의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않습니다.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향후 국제유가를 어떻게 보십니까. ▦고유가의 배경에는 단기간에 해소가 어려운 구조적 요인들이 있습니다. 중국ㆍ인도의 수요는 급증한 반면 최근 수년간 산유국의 생산능력과 소비국의 정제능력은 정체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이란 및 이라크 등 중동 정세의 불투명성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고유가가 계속되는 것은 불가피한 듯합니다. -생산 중인 유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2013년까지 해외 원유자주개발률 18%를 달성하려면 현재 확보한 유전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목표를 달성하려면 5억배럴 규모의 생산유전을 매입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여기에는 75억달러 가량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생산유전 매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도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적잖은 피해를 볼 위험이 있습니다. 사후책임 문제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아시안 프리미엄을 해소할 방안이 있는지요. ▦아시안 프리미엄 해소를 위해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한중 석유공동비축 등 한ㆍ중ㆍ일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러시아 사할린과 서캄차카 유전개발 및 원유수입 확대를 통해 중동산 원유수입 의존도를 낮춰 자연적으로 아시안 프리미엄의 해소도 유도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7~8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해외 원유 자주개발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로서는 절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합니다. 석유공급은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해 획기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을 제고해야 합니다. 또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개발 전문인력은 300여명에 불과합니다. 인력양성의 첫째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가 예비 전문인력에 국비유학ㆍ병례특례 등의 혜택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기업의 인력양성 투자에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 석유공사 한쪽 날개 '비축사업' 다른나라 비축물량 유치 확대에 무게 석유 비축사업은 해외유전개발사업과 함께 한국석유공사의 양 날개다. 물론 비축사업은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정부를 대신해 위탁ㆍ운영하고 있는 것이지만 해외유전사업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현재 비축하고 있는 석유 물량은 7,250만배럴로 이를 배럴당 50달러로 쳐도 경제적 가치가 35억달러 이상이기 때문이다. 황두열 사장은 "고유가로 비축원유의 실제가치가 장부상 가치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며 "해외 사업파트너들이 석유공사의 비축자산을 대단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추가 비축물량을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올라 예산이 크게 부족한 것이 주요인. 황 사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비축물량을 유치하는 국제 공동비축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비축기지를 다른 나라 물량으로 채우더라도 긴급상황 발생시 우선 매입권만 확보하고 있으면 전략비축유와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서 "전체 비축유 가운데 국제공동비축물량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오는 2008년까지 비축 능력을 1억4,000만배럴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의 비축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비상시 국제적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적잖은 규모다. 황 사장은 "연내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석유시황 분석반 회의' 등을 개최해 올해 비축물량 중 일부라도 사들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황두열 사장은? 석유와 함께 38년 '오일맨' '에너지 자립' 비전 이끌어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한국 석유산업의 산증인이자 정통 오일맨이다. 지난 68년 유공(SK㈜ 전신)에 입사한 후 38년을 석유와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을 정도다. 정치인, 특히 군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유독 많았던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지난해 11월 황 사장의 임명이 결정됐을 때 외부인사임에도 임직원들이 흔쾌히 받아들인 데는 이 같은 그의 전문성이 자리잡고 있다. 황 사장은 과거 군 출신 사장이 취임 후 석유산업의 이해에만 임기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했던 단점을 없앴다. 그는 취임 한달도 안돼 석유공사의 업무파악을 끝내고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자원외교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업무공백만 최소화한 것이 아니다. 황 사장은 석유공사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도 동시에 진행했다. 그는 올 초 석유공사의 비전을 '국가에너지 자립을 선도하는 세계적 국영회사'로 제시하고 10년 후 전략 목표로 '챌린지 20-50'을 설정했다. 전략 목표의 20은 석유공사가 오는 2015년까지 해외 석유매장량 20억배럴을 확보해 2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리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또 50에는 석유공사가 매출액 50억달러를 달성, 세계 50위권 내에 포함되는 아시아ㆍ태평양의 석유메이저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이 담겨져 있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중장기 비전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 해외에서 한국은 우리 기술, 우리 자본으로 하루 약 38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석유 자주개발률이 18%에 이르게 된다. 황 사장은 "6개 전략 핵심거점지역(동북아시아ㆍ동남아시아ㆍ중동ㆍ서아프리카ㆍ미주)을 중심으로 석유개발 사업진출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대륙붕 개발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 다가올 신에너지 시대에 대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비전 및 전략 목표의 달성을 위해 3월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단행했다. 그는 석유공사의 기존 102개 팀 조직을 85개로 줄이면서도 유전개발사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시추운영처를 신설해 사업능력을 강화했다. 아울러 예멘과 나이지리아ㆍ캐나다 등 3개 해외지사도 새로 설립하기로 했으며 연구개발(R&D) 역량강화와 석유개발 기술인력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석유기술연구원도 신설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 개혁도 실행에 옮겼다. 팀장급 이상 165명 중 1급 2명을 포함해 20명을 팀원으로 사실상 강등했다. 이들은 6개월간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받은 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재배치된다. 반면 능력이 탁월한 과장(4급) 7명을 2∼3급이 맡던 팀장으로 승진시키고 여성인력 2명도 간부직으로 발탁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황 사장이 워낙 석유산업에 전문가여서 2~3달 만에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 내 안정감이 갖춰졌다"며 "과거에는 1년 이상 걸리던 일"이라고 평했다. ◇약력 ▦울산광역시 생(62세) ▦부산상고ㆍ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31기 수료(AMP) ▦㈜유공 입사 ▦㈜유공 마산영업소장 ▦SK㈜ 석유사업부문장 부사장(㈜유공이 SK㈜로 사명변경) ▦SK㈜ 대표이사 부회장 ▦SK㈜ 고문 ▦한국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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