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공기업은 선 민영화는 악인가

공기업 방만경영 인한 재정적자 세금으로 메워 국민부담만 가중 고강도 감사로도 해결 어려워

민영화 거센 반발 부딪혔지만 효율성 제고 위해 개혁 박차를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공기업이다. 어느 공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자질을 보면 영어실력은 토익(TOEIC) 950점 이상, 사시 1차 합격자, 세무사·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들이 대거 지원하지만 그들 중에도 탈락자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영리한 인재들이 공기업에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조가 강력하기 때문에 하는 일에 비해 보수가 좋고 철밥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그동안 파업으로 국민 경제의 숨통을 조였던 철도노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공기업의 경영은 대부분 정부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해서 방만하고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기업의 비능률은 직접·간접으로 국민 생활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재는 대부분 독점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서비스가 부실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가격을 눌러서 싸게 공급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재정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 사태에도 '민영화 괴담'이 확산돼 마치 민영화는 악(惡)이고 공기업은 선(善)인 것 같은 주장이 난무했다. 게다가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도 구태여 민영화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감사원은 공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에 범정부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 작업을 벌이기로 한 가운데 실시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복된 지적에도 근절되지 않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강도 높은 감사로 해결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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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기업은 그동안 민간자금으로 담당하기 어려운 사회간접자본의 형성과 대규모 기간산업 등에 투자해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오늘날 공기업 부문의 비효율성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시장실패를 시정 보완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 점차 시장실패보다 더 큰 정부실패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기업은 이윤 동기가 부족하고 관료주의적 경영형태로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 떨어진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경영혁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공기업 민영화 요구가 강력하게 대두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기업조직의 효율성 제고, 경영합리화 등을 촉진하고 정부 기능을 축소해서 경제 능률을 높여야 한다. 그럴 경우 우선 재정 부문의 비능률과 방만한 지출이 줄어들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 차원에서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이 인식됐다.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수입 조달방안으로서 공기업의 민영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민영화 실적은 미흡했다. 최근에 공기업 민영화는 오히려 후퇴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보다 정부가 소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겉으로는 민영화의 필요성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규제와 개입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것 같다. 인사철마다 정부에서 내려보내는 수많은 낙하산 인사를 보면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집착이 얼마나 강고하고 민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는 아직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복지·교육·의료·통일 비용 등 정부지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재원조달에 필요한 세금과 국가부채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지출과 비능률을 줄이기 위해 요구될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세입증대로 복지비용 조달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마침내 그동안 미흡했던 공공 부문 개혁을 박근혜 정부가 실현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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