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경제학 메카로서 원동력은 엄격한 비판정신"

■ 시카고학파 (요한 판 오르페르트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펴냄)<br>악명높은 워크숍제도·지적 전통<br>신자유주의 경제이론 발전 이끌어<br>노벨경제학상 수상자 9명 배출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게리 베커, 조지 스티글러.(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노벨경제학상이 제정된 1969년부터 2004년까지 총 57명(공동수상 포함)의 경제학자가 수상했는데 그 중 9명은 시카고대학이 배출한 인물이었다. 하버드대학과 UCLA 버클리캠퍼스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시카고대학 시절의 연구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급증한다. '시카고학파'가 자유시장 경제학의 본산이자 경제학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는 일례다.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1950~60년대 사회ㆍ경제적 정책 결정과정에서 개입과 규제를 강조하던 케인스주의적 독단을 밀어내고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한 신자유주의 경제를 이끌었다. 신고전주의 가격이론의 접근법을 기반으로 베커와 슐츠가 고안한 인적자본 개념은 경제성장이론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 화폐분석에서 화폐공급량이 물가 등락을 변화시킨다는 '화폐수량설'은 일종의 법칙으로 통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학문적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현대 경제학의 발전에서 시카고학파가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 책은 20세기 세계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시카고학파를 심층 분석했다. 벨기에의 싱크탱크 'VKW메테나'의 책임자인 저자가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한 시카고대 경제학자 100여명과의 인터뷰, 950편에 달하는 논문과 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카고학파의 역사와 연구업적을 조명했다. 시카고대는 존 D. 록펠러의 후원으로 1892년 설립됐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카고대학은 그들만의 '시카고 전통'을 구축했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시카고학파들의 공동체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으로 ▦투철한 직업윤리 ▦경제학을 진정한 과학으로 여기는 굳건한 믿음 ▦학자적 성취와 학문적 성과를 강조하는 자세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 ▦시카고대학의 지리적 고립 등이 있는데 결국 이것이 시카고학파의 지적(知的) 전통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거칠고 무례하기로 악명 높은 시카고대학 만의 '워크숍 제도'는 '학살의 현장'이라는 잔인한 별명이 뒤따를 정도인데 이 과정에서 생겨난 엄격한 비판정신, 적자생존의 법칙, 사상을 실천하는 힘 등은 시카고대를 세계 경제학의 메카로 거듭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책은 세계 대공황부터 2차 세계대전, 1974년 세계 석유 파동, 2000년대 초 세계 금융시장 변화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어떻게 활용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1980년대 초 미국 레이건 행정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주도한 개혁의 지적 뿌리에도 시카고학파의 경제이론이 있었고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정책을 자유방임주의로 바꾸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의 화려한 성공을 이룩한 시카고학파가 21세기에도 경제 경영학의 나아갈 길을 비춰줄 수 있을까. 저자는 "앞으로도 시카고대의 전통이 유지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대답으로 위기를 맞은 시카고학파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기존의 모든 이론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정신과 지적 엄격성이 살아있다면 시카고대학은 과거 선배 학자들이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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