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등산길에서 얻은 교훈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는 일요일이면 나는 남한산성을 오른다. 남한산성은병자호란때 인조가 청나라에 치욕적인 굴욕을 당한 역사의 현장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나는 주로 서북문쪽 등산로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능선을 따라 오르므로 넓게 펼쳐진 시가지와 주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또 지금으로부터 불과 360여년전 인조가 서문과 북문 사이의 작은 문을 통해 삼전도수항단으로 항복을 위해 내려갔다고 하는 역사의 길이기 때문이다. 전쟁에 대비를 소홀히 하였던 탓에 결국 청나라에 무릎을 꿇고 비통한 마음으로 걸어 내려갔을 인조의 심정을 헤아려보며 유비무환의 정신을 새삼 되새겨 볼 수 있어 특히 나는 이 길을 좋아한다. 수어장대에 올라 잠시 땀을 씻으며 내려다보면 몇백 년은 실히 되었음직한 잘 생긴 적송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겨울에 눈이 올 때 노송에 피어나는 설화는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가끔은 아름답게 쌓인 그 눈을 이기지 못하고 통째로 부러진 소나무가 있다. 여름의 그 거센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소나무가 눈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여름 나무는 물이 오를대로 올라 있어 거센 비바람도 견딜 수 있지만 겨울나무는 수분이 메말라 있어 적은 하중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위기만 하더라도 철저히 준비하고 대처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여름 소나무가 거센 폭풍우를 이겨내듯이 철저한 준비태세만 갖추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고, 시련을 알기에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한 것이어서 위기 끝에는 반드시 기회가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기회가 스스로 찾아와 주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끊임없이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행운의 여신이다. 오늘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 그것은 끊임없이 준비하는 것이고 준비하는 자만이 찬란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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