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벌그룹 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공직 경험이 여러 부분에서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 15대 회장으로 추대된 전윤철(73∙사진) 전 감사원장은 15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협회 업무는 정부 쪽에서 협조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공직자 출신이자 골프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도울 일이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이사회 끝에 추대돼 오는 29일 대의원 총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 전 전 원장의 최저타는 76타, 홀인원도 한 번한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다.
서울고-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전 전 원장은 옛 기획예산처 장관, 부총리 겸 옛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열흘 전쯤 프로골퍼들을 지도하는 협회 중진 몇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락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협회 회원이 6,000명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변 확대도 중요하고 결국 골퍼들의 기량을 높여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전 원장은 그간 협회를 둘러쌌던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인 박삼구 12~13대 회장이 퇴임한 뒤 4개월간의 공백 동안 새 회장 추천을 놓고 여기저기서 마찰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외부인사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어 14대 '임시' 회장직을 맡은 이명하 프로가 최근에서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추대한다고 일방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가 반발에 부딪힌 게 대표적이다.
전 전 원장은 "사단법인이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 아니냐. 그 때문에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그룹도 있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서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 비해 턱없이 적은 대회 수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히 몇 개를 새로 유치하겠다고 공언할 수야 없겠지만 남자골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 전 원장은 또 프레지던츠컵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과 세계 연합팀의 골프 대항전인 이 대회는 4년 임기의 막바지인 오는 2015년에 열린다. 한국은 지난 1994년 창설된 이 대회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다. 전 전 원장은 "골프라는 스포츠는 그동안 한국을 홍보하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 프레지던츠컵은 다시 한번 국제 무대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국가 차원에서 도울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