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도시바 미국지사가 자사 랩톱(노트북 PC) 사용자들에게 총 21억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한 뒤, 미국 주요 컴퓨터업체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미 MSNBC방송의 2일 보도에 따르면 PC업계 1위인 컴팩을 비롯 휴렛패커드(HP), NEC 패커드벨, E머신스 등 4개 컴퓨터업체를 대상으로 컴퓨터 저장장치 결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청구됐다.
로펌인 웨인 류드는 지난달 31일 미 연방법원 텍사스지원에 이들 4개사를 대상으로 컴퓨터 저장장치인 플로피 디스크 제어장치 오작동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펌은 소장에서 이들 4개사가 컴퓨터 저장장치 결함을 알고 있면서도 제품을 판매, 소비자들에게 데이터가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로펌은 이번 소송이 집단소송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구체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소비자들도 피해 가능성이 인정되면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체들마다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기 시작하는 등 미 컴퓨터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들 4개사가 도시바와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지불할 경우 피해보상액이 무려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컴팩사 대변인 앨런 호델은 『이번 소송은 컴팩과 무관한 모방 소송에 불과하다』며 『소장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주장이 근거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도시바가 사용한 코드만이 문제가 될 뿐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머신스의 패티 아담스 대변인도 『아직 소장을 검토하지 못해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지만, 우리는 랩톱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2개사 대변인은 소장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도시바는 지난 87년부터 판매한 500만~600만대의 랩톱컴퓨터에 장착된 플로피디스크 제어장치 오류로 데이터가 손상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 현금보상, 무료 소프트웨어제공 등을 통한 피해보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 미국지사의 올 순익이 10억달러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