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업악화­무리한 확장 ‘화근’/삼립식품 왜 부도났나

◎베이커리 점포에 시장 뺏겨 적자/계열사 지급보증만 1,400억/올초 금융기관 자금회수 치명타삼립식품은 과도한 기업확장과 부실한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부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한보, 삼미 등 대기업들의 부도로 제2금융권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대해 대대적인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자금압박이 급속히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삼립식품은 90년대 들어 외식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문베이커리 점포의 급증에 따라 영업상황이 악화되기 시작, 지난 95년부터 2년동안 총 1백47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삼립식품은 음료사업, 우동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 진출하는 등 잇달아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또 콘도건설업체인 삼립개발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를 통한 사업확장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삼립식품의 자금난은 가중돼 부채비율이 지난 96년 6백26%를 기록, 90년대들어 3백%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또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규모도 지난 2월말 현재 1천4백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대기업의 부도여파로 제2금융권이 삼립계열사에 대한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지난 4월말 삼립개발이 1차부도를 낸 바 있다. 15일 최종부도처리된 삼립테코의 어음규모는 청솔종금 11억원, 한길종금, 14억원, 현대종금 15억원, 성원파이낸스 10억원 등 모두 50억원이다. 삼립계열기업에 대한 금융권별 여신현황은 삼립식품 1천8백3억원(은행권 1천3백44억원, 제2금융권 4백59억원), 삼립테코 3백95억원(은행권 1백61억원, 2금융권 2백34억원), 성일기계 1백68억원(은행권 87억원, 2금융권 81억원), 삼립유지 4백18억원(은행권 2백18억원, 2금융권 2백억원) 등이다.<이기형> ◎삼립식품 어떤 회사인가/45년 창립 제빵산업 산증인/70년대 호황… 90년부터 사양길/작년매출 1,700억, 계열사 7개 해방둥이인 삼립식품의 성장사는 바로 한국 제빵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제빵업계를 이끌어 온 삼립식품은 현 허창성 명예회장(83)이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상미당」이라는 조그만 제과공장을 차린 1945년 10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삼립은 지난 61년 「삼립산업제과공사」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제법 회사의 면모를 갖췄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빵보다는 주로 과자를 만들었다. 삼립이 제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66년 「삼립산업제빵공사」로 상호를 바꾸면서부터다. 당시 국내 최초로 선보인 「크림빵」과 「대보름달」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삼립식품이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데 한몫 했다. 또 69년 12월 시판에 들어간 빵 역사상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된 「호빵」을 디딤돌로 급성장을 구가했다. 삼립식품은 76년에 내놓은 봉지형 빙과류 「아이차」도 매출확대에 기여하면서 겨울철에는 호빵, 여름에는 아이차를 무기로 식품업계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매장에서 갓 구워 파는 베이커리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력품목인 양산 빵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삼립식품은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지난 91년 우동전문점인 「방방곡곡」을 통해 외식사업에 나섰으며 95년 3월에는 2000년대 종합식품회사를 목표로 경기 시화공단내에 세계 최대의 제빵공장을 준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너」라는 브랜드로 음료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구드프랑스」의 문도 열었다. 이와함께 중국 하얼빈의 칠성경제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지난해 10월 현지에 삼립식품유한공사를 설립했으며 올들어서는 강릉·속초 지역에 종합유선방송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다각화가 너무 늦게 추진된데다 장기불황마저 겹쳐 주력사업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허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허영인 회장이 지난 72년 삼립식품에서 분가해 설립한 (주)샤니에 양산 빵시장 1위자리를 뺏기기도 했다. 삼립식품은 (주)삼립유지 (주)삼립테코 (주)삼립개발 (주)삼립하일라리조트 (주)성일화학 (주)성일기계 (주)삼주제과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해 1천7백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문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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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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