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너무나 다른 은행 경영 전망

신한·우리 2~3%, 하나 5%, 부산은 11%<br>자산성장률 최대 5배差<br>중기지원 강화는 닮은꼴<br>대출 경쟁 치열해질 듯


새해 은행들이 경영전략을 짜면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문은 자산성장률 목표치다. 연초에 제시한 첫 목표치에는 은행이 한 해의 경기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 은행의 경영전략도 녹아 있다. 경기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는 경기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은행 간의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일부 은행은 정부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0%)을 근거로 자산성장 목표치를 예년에 비해 낮게 잡은 반면 또 다른 은행은 저성장 국면을 곧 기회로 보고 공격적 경영전략을 설정했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들이 중소기업 부문 강화를 예정하고 있어 이 부문에서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간 경기전망 온도차 극명=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모든 은행들은 최근 2013년 경영전략회의를 마감했다. 은행들이 전략회의에서 발표한 2013년 자산성장률 목표치는 크게 엇갈렸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목표치를 낮게 잡았다. 신한은행은 2%대 후반을 제시했는데 이는 정부의 GDP 목표치보다 낮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내실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실제 자산성장은 GDP 성장률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목표치로 3% 중반대를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수년 동안 은행권 전체의 자산성장률 3년 평균치를 근거로 줄곧 4%대의 목표치를 제시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년보다 목표치가 낮아진 것은 무리한 확대는 지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한 식구가 된 하나은행(5%대 중반)과 외환은행(8%대 후반)은 보다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올해 인수합병(M&A) 2년 차를 맞이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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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증권사의 금융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ㆍ4분기까지 대출성장 부문을 보면 하나은행이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M&A라는 대형 이벤트를 맞아 성장속도를 조절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두 은행 모두 자산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은행권을 통틀어 가장 크게 성장한 지방은행은 올해도 공격적인 목표치를 세웠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총자산이 10% 넘게 성장하면서 당초 목표치(7%대 중반)를 가볍게 넘어섰는데 올해는 11% 초반대의 자산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은행도 지난해 목표치(7%대 초반)보다 높은 9% 중반대의 자산성장률을 상정했다.

◇중기대출 강화는 공통분모…한판 대결 예상=흥미로운 점은 모든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올 한해 중점사업 부문으로 중소기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자산성장률 목표치는 낮춰 잡으면서도 중기대출은 늘리기로 했고 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2조원 늘어난 38조원을 중기대출 목표치로 제시했다.

하나은행 역시 가계 부문에 집중됐던 여신을 올해는 중기 부문으로 이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효율적인 점포는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공단이나 산단 쪽에 지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금융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업은 어떤 산업보다 정부의 규제가 심한 곳이어서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를 천명한 만큼 은행 간에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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