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 거부

정부가 22일 재계의 기업구조조정특별법 제정요구를 묵살하면서 『일부 요구사항을 개별법에 반영하겠다』고 여운을 남겼지만 실제 검토결과는 부정적이다. 재정경제부는 23일 「기업구조조정특별법제정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재계의견중 대부분은 아예 수용할 수 없거나 이미 조세감면규제법, 법인세법, 공정거래법등 개별법률에 반영돼있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검토가능한 과제는 합병비율 산정방식과 상장법인 평가방법 변경, 부가가치세 비과세대상인 포괄양도의 범위확대등에 불과하다. 특히 재계가 강조해온 무액면주 발행이나 지주회사설립 자유화등은 『기업의 투명성이나 회계의 공정성이 확보된 이후 중장기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처럼 재계의견을 전면거부한 이유는 분명하다. 다른 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을 연말까지 해소토록 하는등 재계에 무거운 과제를 던져준데서 알 수 있듯 재계의 시간벌기 작전에 말려들 의사가 없으며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닐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특별법 반대논리 = 정부는 상법, 회사정리법, 공정거래법, 세법등 경제기본법 체계를 특별법의 특례조항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제고는 이룰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별법은 채권자, 소수주주, 노동자등보다는 회사나 소유경영인보호에 중점을 두게되는데 이는 경제주체가 손실을 분담하는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특별법에 수용하는 문제는 『채권금융기관과 해당기업간의 자율적인 협의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법제화에 반대했다. ◇도입반대 사항 = 소액주주의 대표소송을 제한하자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워진다』며 반대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제한해야 구조조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재계논리는 『소액주주의 기본권』이라며 거부했다. 또 합병시 고용승계의무를 완화하자는데 대해 『근로기준법에 이미 정리해고가 도입돼있어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정리해고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절대불가론으로 맞섰다. 구조조정시 내부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는 『부당내부거래행위는 규제해야한다』며 원론을 되풀이했다. 재계가 사업을 양도하는 법인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소득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기업교환에 따른 주식교환때 양도차익을 비과세하는등의 요구는 이미 정기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 반영돼있다고 면박을 줬다. ◇향후 검토과제 = 3가지 사항을 검토과제로 예를 들었다. 첫째는 기업간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방법이 증권거래법과 세법에 다르게 돼있는데 이를 일원화해 합병주체법인의 대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여지를 없애기로 했다. 또 상장법인의 평가도 비상장법인처럼 자산실사를 통해 자산과 수익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상장법인을 평가할 때 회사의 수익성과 미래가치·경영환경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주가만을 고려,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셈이다. 이와 함께 부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포괄양도」의 범위를 확대,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낮춰주기로 했다. 현재는 특정사업장의 모든 자산과 부채·경영권을 넘길 경우만 「포괄양도」로 지정, 부가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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