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용=재산] 돈 빌리려면 신용부터 쌓아라

요즘 은행 대출을 받기는 참 좋아졌다. 금리도 12%대로 많이 내렸고, 자금이 남아도는 은행들은 어떻게든 돈을 굴리려고 「대출 세일」까지 하고 나섰다. 예전엔 무조건 보증인부터 찾아야 은행돈을 쓸 수 있었지만, 요즘 몇몇 은행들은 담보나 보증인 없이도 몇천만원씩 돈을 빌려준다.그런데 이같은 「호(好)시절」을 누리려면 한가지 절대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신용」이다. 신용도가 높으면 보증인 한 명 없이 5,000만원까지도 빌려 쓸 수 있지만, 신용평점이 형편없이 낮거나 불량거래자로 찍힌 고객에게 은행돈 빌리기란 꿈 같은 얘기다. 이제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인 찾기보다는 본인의 신용을 평소에 관리하는 게 중요한 시대다. ◇왜 신용관리가 중요한가 은행들은 대출 고객이 제출한 신청서를 토대로 고객에 대한 신용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은 고객은 대출 한도도 많은데다 보증인을 세울 필요도 없어 은행 거래를 하기엔 더없이 편해진다. 반대로 신용이 안좋으면 대출 받기가 까다로와지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모든 금융기관에서 배척을 당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본인 신용이 안좋아도 웬만한 보증인만 세우면 1,000만원 정도는 빌릴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것도 어려워졌다. 지점 창구직원들이 보증보다는 본인의 신용도를 대출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 특히 정부가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내년부터 개인대출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혀, 앞으로 신용 관리의 중요성은 점차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이 높은 신용점수를 받는가 금융기관들이 고객에게 적용하는 신용평가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대출을 원하는 고객의 직업이나 연소득, 그동안의 거래 실적, 재산세 납부 실적 등을 대출 심사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직업별로는 공무원이나 의사 등의 신용도가 비교적 높다. 한빛은행의 경우 2급 이상 공무원과 부장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대학 총장, 금융기관장, 병원장, 6대계열 소속 대기업 대표자 등은 무보증으로 5,000만원까지 빌릴수 있도록 정했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직원의 경우 「개인신용평가표」에 따라 연소득금액과 재산세 납부실적, 동업종 근무년수, 해당은행의 예금 평잔 등이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결혼 여부와 현재 주소에서의 거주 기간등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나」의 신용도는 〃10년 전부터 모 중견기업체에서 근무하는 金씨(38세)는 급전 700만원이 필요해 은행을 찾았다. 수년간 거래해 온 A은행측은 金씨에 대해 대략 10개 항목을 검토, 대출금액을 결정한다. 연 3,000만원대를 벌고 있는 金씨는 부인과 2명의 자녀와 함께 3년 전에 마련한 자그마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자녀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점과 재산세 납부실적이 대출 받는데는 플러스 요인. 은행과의 거래 실적도 중요하다. A은행 통장으로 매월 평균 160만원 정도 급여가 이체되고 예금통장에는 평소 200만원가량의 잔액이 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져보니 金씨의 신용 평점은 100점 만점에 53점. 개인 신용으로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 보증인이나 담보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金씨의 친구인 李씨의 경우는 다르다. 李씨는 시중은행의 고참 대리. 국내 은행의 과장, 대리급은 직업등급평가에 따라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복잡해지는 심사 기준 이처럼 현재까지 주로 활용되는 심사기준은 고객의 직업이나 소득에 따라 적정 신용대출한도를 정해두고, 기준에 맞으면 대출을 해주는 방법이다. 그나마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아는 은행원을 통해 얼렁뚱땅 돈을 꿔가는 관행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대출심사 기준은 앞으로도 점점 복잡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중에선 한발 앞서 개인고객에 대한 자동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한 신한은행의 경우, 직업이나 소득뿐 아니라 자금이 쓰이는 용도가 대출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신 은행과의 거래 실적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꼽히지 않는다. 또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들은 다른 금융기관의 거래 현황이나 대출금 상환계획, 상환 능력 등을 자세하게 알리도록 돼 있다. 어느 한 요소만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 신용을 평가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얘기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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