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물류허브 해답 해외서 찾아라] <1> 전략의 토대부터 바꿔야

"동북아 허브에서 유라시아 허브로" <br>신성장지역 브릭스 3국, 세계 물류축 부상<br>직접투자해 돈도 벌고 네트워크도 확충을


김황중 한진해운 中상하이 본부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스키폴공항 인근 후드드로(Hoofddorp)에 위치한 글로벌 물류회사 TNT의 본사. 물류허브의 비결을 취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기자는 TNT가 유럽보다도 아시아를 전방위로 공략하고 있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TNT는 네덜란드 우체국을 모태로 인수합병을 통해 우정ㆍ특송ㆍ3자물류 3부문에 연매출 14조,7,000억원('03년기준) 규모를 갖춘 글로벌 물류회사.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상하이 TNT차이나 본사를 오픈하고 2010년까지 10배이상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비젼을 발표했었다. TNT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내 최대 운송업체인 호아우(Hoau)와 중국내 특송을 담당할 합작사를,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최대 해운 회사인 COSCO와 중국내 가전물류를 담당할 합작 물류회사(Logistics) 설립을 발표했다. 역시 지난해 12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육상 네트워크 서비스 런칭을 공식 선언했다. 이 서비스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일랜드까지 연결되며 2007년에는 중국까지 확장, 120개 도시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물 운송의 80%가 육로를 이용하는 유럽ㆍ미국과 달리 77%가 해상 운송되는 동남아 시장구조를 육로수송이 40~50%까지 확장토록 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TNT는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서도 TNT는 1월에 체코,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지역에 망을 갖춘 국제배송회사 ISH를 전격 인수했고 2월에는 글로벌 물류기업 사상 최초로 인도내 특송시장에 전격 진출을 발표했다. TNT 홍보담당 피에터 스카펠스(Pieter Schaffels) 이사는 "각국의 업체들이 로컬 시장을 잘 알고 노하우도 갖고 있어 M&A를 통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떠오르는 신흥시장 브릭스(BRICs). 그 가운데서도 3개국이 위치한 유라시아 시장을 겨냥한 TNT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경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최대의 시장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는 기회의 장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할 브릭스 중 3개국이 집중돼 있고 동남아, 동유럽, 중동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도 포진돼 있다. 특히 중국의 물류시장은 제조업 성장을 토대로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조6,000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10조달러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성장률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중국에는 TNT뿐만 아니라 DHL, FedEx, UPS 등 글로벌 물류업체, 허치슨 포트 홀딩스(HPS), PSA, DPW 등 글로벌 항만 터미널 운영업체, 머스크, 에버그린, APL, NYK, 한진해운 등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유라시아 지역은 특히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대륙횡단철도(TCR) 등이 활성화되고 유라시아 도로망도 구축되고 있어 아시아-유럽 국제물류체계가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동북아 물류허브를 추진, 한ㆍ중ㆍ일 3국만을 염두에 둔 전략을 추진, 정책의 범위가 좁고 상대국의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게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감나무 아래서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대리는 아이'처럼 하드웨어만 건설해놓고 손님들이 오기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마저 나온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축을 형성하는 글로벌 물류기업, 글로벌 항만운영업체라고 할만한 기업들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동북아 허브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대상으로 하는 유라시아 물류허브라는 전략상의 일대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유라시아는 새롭게 뜨는 곳이 많고 이러한 시장이 향후 새로운 물류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유라시아 지역내에서도 주장강하구, 양쯔강하구, 황허강 하구 등 중국의 3대 경제권, 북유럽, 동남아 등 기존의 성장지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궤도에 올라 물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손때가 덜 탄 양쯔강 중심의 중국내륙지역, 인도, 러시아, 동유럽, 지중해 시장에 대한 물류, 항만운영, 해운시장의 선점도 요청되고 있다. 우종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책임연구원은 "항만만 개발해 놓고 앉아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급속히 통합돼 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해 돈도 벌어오고 이를 통해 국내 물류망과 연결을 지원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라시아 물류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해외물류정보센터 설치도 요청되고 있다. 항만 터미널 운영 투자의 경우 해운사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 항만 터미널 운영 전문업체들을 중심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위해서 지역별 물류 전문가도 육성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DHL 본사 중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우 이사는 "물류로 성장하는 나라에 가보면 그 나라에 물류 관련 유명한 학교들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인재개발이 글로벌 물류 기업을 만들어 내는 기틀이고 성장엔진"이라고 말했다. ● 김황중 한진해운 中상하이 본부장 "他國 물류에도 투자, 환적 물동량 늘려야" "자기 나라 물동량이 줄면 성장하는 국가의 물류에 투자해 돈을 벌어와야 합니다. 국내 물류와 연계시켜야 돈도 벌고 환적 물동량도 더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전환이 절실합니다" 상하이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진해운 중국지역본부의 김황중(사진) 본부장은 기자와의 이메일ㆍ전화 인터뷰에서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는 중국 물류 현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우리가 동북아 물류허브를 구축한다고 했지만 너무 국내위주로 생각을 했지 국내와 해외를 연계하는 데는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허치슨 처럼 세계 곳곳에 항만터미널을 운영할 경우 직접 투자한데 대한 이익도 챙기고 선사와의 글로벌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자국 항만 이용을 연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만 터미널 운영 투자 수익률이 30~50% 정도로 좋기 때문에 HPH, PSA, DPW, APM 같은 거대 자본을 지닌 글로벌 항만 터미널 운영회사들과 초대형 글로벌 선사들이 심각할 정도로 전세계 항만투자에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 본부장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항만 터미널 운영 시장에서 글로벌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도 전했다. 특히 한진해운도 항만 투자에 대한 세계 흐름을 놓치지 안고 한진해운의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상하이 양산항 3단계 터미널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타국의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 아래 항만투자와 공격적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 부채비율 증가, 투자정보 부족으로 해외 진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류부문 투자지원 시스템 구축과 투자정보 제공을 포함한 정부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방안이 필히 실행되길 희망합니다." 김 본부장은 전세계 물류시장 중 어느 곳에 대한 투자가 이득을 많이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전세계 물동량의 51%를 차지하고 있고 향후 수년간 10%정도의 GDP성장률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고 지리적인 위치까지 감안할 때 중국이 최적지라고 응답했다. 중국내 투자와 관련해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문으로는 항만부문과 싼샤(三峽)댐 완공이후 중국정부의 서부대개발 정책으로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강 유역 물류시설을 꼽았다. 사회간접자본 중 철도와 도로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 공항과 연계한 sea & air(해운ㆍ항공연계) 화물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한국, 중국에 쾌속 컨테이너선 전용부두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는 또 지리적으로 근거리에 있지만 아직 항만투자가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항만투자가 이뤄질 경우 동북아 허브 구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동남아 등 동아시아권 물류장관회의나 경제장관회의 등을 정례화해 물류공동체 환경을 만들어 줄 것도 주문했다. 이밖에 KOTRA 등에서 현지 정보를 제공해주고 우리나라 물류기업이 상주해 운영할 수 있는 물류단지 조성, 한국계 은행의 자금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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