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금 해외유통가는] 美 청소년 직불카드 논란

업체-소비자단체 비난전무분별한 카드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돼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용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도 지난 7월 카드 연체율이 6월 4.41%에서 5.06%로 급증했다. 한 가구당 평균 카드 빚은 지난 91년 3,223달러에서 지난해 8,123달러로 9년 만에 150% 이상 늘어났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신용불량 문제가 미국 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최근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직불카드(debit card)의 상업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미소비자연맹(CFA)을 비롯한 일부 사회단체들이 카드사들이 발매하고 있는 청소년대상 직불카드가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 신용불량자를 양산 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논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신용카드회사인 비자 인터내셔널 계열사 인터링크가 내놓은 '비자벅스(VisaBuxx)'의 파급효과를 둘러싼 입 싸움이 거세다. 비자벅스는 부모들이 사전에 사용한도를 정하고 비자가맹점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지만 일정금액을 넘어서면 사용이 중지되는 일종의 선불카드. 부모들은 인터넷으로 자녀의 소비행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사용한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비자측은 이 상품이 뛰어난 재정교육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도 내에서 짜임새 있게 소비하는 습관을 어릴 적부터 몸에 베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온라인으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용돈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 신용 쌓기 등에 대한 교육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 효과가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이 상품이 카드사의 무분별한 이윤추구에만 기여할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용돈으로 받은 돈을 문방구나 가게에서 사용할 때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트래비스 플런킷 CFA 입법국장은 "어린아이들이 카드만 긁으면 물건을 건네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제품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미국 최대 할인점 체인인 월마트는 오는 10월부터 전국 2,200개 자사 매장에서 비자벅스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월마트측은 비자가 수수료 수입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 같은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어릴 때부터 올바른 자산관리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기구 점프스타트 코얼리션의 다라 듀게이 사무총장은 "청년층 가운데 단지 12%만이 학교에서 개인 재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며 "사회전반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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