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CIA 국장 "혐오스런 심문…빈라덴 잡는데 유용"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존 브레넌(59) 국장이 테러용의자들을 대상으로 CIA가 했던 야만적이고 잔혹했던 고문에 대해 “혐오스러웠다”면서도 “오사마 빈라덴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유용했다”고 옹호했다. 미국 상원이 CIA의 고문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뒤 CIA 국장이 공식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레넌 국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랭리의 CI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한적인 경우에서 (CIA) 요원들이 승인받지 않은 가혹하고 혐오스러운 심문 기법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선진심문기법(EIT), 즉 고문 행위로 테러 용의자들로부터 얻어진 정보가 오사마 빈라덴의 추적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오사마 빈라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오사마 빈라덴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로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은신처인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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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넌 국장은 “테러용의자들이 내놓은 유용한 정보가 EIT 때문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알 수 없다”면서도 “대다수의 (CIA) 요원들은 정당한 업무를 하고 있다”며 상원 보고서 발표 이후 CIA에 쏟아지는 비난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상원 보고서에서 드러난 CIA의 고문 실상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잔혹했던 것과 관련해 브레넌 국장은 “대통령과 미국인들을 의도적으로 속이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인 (첩보 업무) 과정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업무 기준을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며 “우리 스스로 세운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레넌 국장은 “보이지 않는 적이나 측정할 수 없는 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추가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고문 행위가 9·11에 이은 추가 테러를 예방하려는 과정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상원 보고서에는 CIA가 최소 119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구타와 잠 안 재우기를 비롯해 성고문 협박과 물고문, 각종 형태의 살해 위협 등을 했고, 그 과정에서 숨진 사람도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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