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운업계 "뭉쳐야 산다"

"빌린 배 계약 만료전에 반납하더라도 상호 페널티 부여·소송 제기하지 말자"<br>은행권에 선박금융 지원도 촉구키로



최근 해운경기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내 해운업계가 공동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해운업계는 비싼 값에 빌린 배를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반납하더라도 상호 페널티를 물리거나 소송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또 조선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발주처인 해운업계에도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은행권에 선박금융 지원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진방 한국선주협회 회장(대한해운 회장)을 비롯한 선주협회 회장단은 3일 정례회의를 겸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사안은 곤두박질친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내 선사들끼리는 용선 후 계약기간 전에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해 되돌려주더라도 페널티를 물리거나 소송 등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해운업계는 배를 빌려준 업체 역시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해 용선료를 할인하거나 장기간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물이나 곡물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사들은 다른 해운사에 용선료를 내고 선박을 임대해 운항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벌크선 시황이 정점에 달했을 때 1일 10만달러(18만톤 케이프사이즈급)에 달했던 용선료가 최근에는 1만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과거 비싼 가격에 배를 빌렸던 일부 선사들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운업계는 이와 함께 조선소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지원도 촉구하기로 했다. 선주협회 측은 “조선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발주처인 해운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은행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해운사들이 이처럼 위기 타개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은 최근의 시황 악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벌크선 운임지표인 BDI(Baltic Dry Index)는 지난달 31일 85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5월20일 사상 최고치인 1만1,793포인트를 기록한 후 5개월여 만에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해운업계는 지수 하락도 문제지만 너무 빠른 하락속도에 위기감을 보이고 있다. 벌크선사의 한 관계자는 “급락하는 지수에 시장이 패닉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바닥을 예측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최근의 해운업계 시황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유동성 부족으로 해운시장에 들어왔던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거품이 해소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악화된데다 중국의 철광석 수요도 계속 줄고 있어 올 연말까지 벌크선 시황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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