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푸틴의 위험한 반격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8개국(G8) 정상들이 오는 7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G8정상회담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현안을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두 현안은 바로 ‘이란 핵문제’와 ‘에너지 안보문제’이다. 일단 양국은 두 현안의 대척점에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론은 다르지만 총론은 같다. 그러나 G8정상회담에서 각론에서까지 입장을 좁혀야 할 양국의 최근 공방은 대단히 과격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어제 연례 국정연설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에 대해 “‘늑대동무(Comrade Wolf)’는 누구를 잡아먹을지 잘 알며, 공격할 때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주 체니 부통령이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변국가 협박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양국의 공방 가운데 러시아의 공세 수위는 좀더 높다. 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러시아 국방비는 미국의 2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군사강국’ 러시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이란 군사제재 계획에 대해 오히려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섭섭한 속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WTO의 ‘빅파워’ 미국이 이란 핵처럼 관련도 없는 문제를 들먹이며 러시아의 WTO 가입을 흥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한 외교적 수사는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통할 수 있다. 또 그가 국정연설에서 제시한 사회정책들도 푸틴의 인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인구감소 대책으로 프랑스식 아기 돌봄 시스템을 도입하고 모성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푸틴은 G8정상회담에서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물론 푸틴의 대중적 인기가 좋다는 것은 나쁠 게 없다. 다만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과의 공조를 저해하지는 않을까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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