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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공무원연금개혁특위가 문을 연 지 152일 만인 29일 새벽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체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은 이뤄졌지만 공무원단체와 야당의 벽에 막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다.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오는 2085년까지 향후 70년간 정부의 총 재정부담 절감 효과가 333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매달 공무원이 내는 연금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여율은 현행 7%에서 9%로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일단 내년 7%에서 8%로 1%포인트 올라가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해마다 0.25%포인트 상승한다.
공무원이 받는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1.9%에서 1.7%까지 줄어든다. 기간은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낮아진다. 내년부터 처음 5년 동안은 매년 0.022%포인트 인하해 2020년까지 1.79%로 낮추고 이후 2025년까지 5년 동안은 매년 0.01%포인트 낮춰 1.74%가 된다. 마지막 10년은 0.04%포인트가 줄어 2035년 최종 지급률이 1.7%가 되도록 설계했다.
개정안에는 '하후상박(下厚上薄)'식 소득재분배 기능이 포함돼 하위직은 상대적으로 더 받고 고위직은 반대로 덜 받는 구조가 됐다.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연금이 깎이는 비율은 9급이 2~9%, 7급이 5~13%, 5급이 7~17% 정도로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깎인다.
최종 목표한 기여율 9%와 지급률 1.7%가 적용되면 지난 1996년 임용된 9급 공무원의 경우 보험료는 매달 2만원 정도 오르고 30년을 채우고 퇴직할 경우 첫 달 연금액은 7만원가량 깎일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해 근무를 시작한 5급 공무원은 보험료는 약 4만원을 더 내고 받는 돈은 22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료 상승률은 11% 정도로 비슷하지만 감소 폭은 9급(3%)에 비해 5급(7%)이 더 크다.
1996년 9급으로 임용돼 30년을 채우고 퇴직하면 첫 달 연금액이 200만원에서 193만원으로 감소한다. 매달 내는 보험료는 현재 약 23만6,000원에서 5년간 상승해 월 26만3,000원 정도까지 늘어난다.
내년에 새롭게 임용될 9급 공무원은 보험료 부담이 껑충 뛴다. 기여율이 5년 뒤 9%가 되면 현재 기준으로 21만원인 보험료 부담은 27만원으로 6만원 늘어난다. 재직기간 30년을 채우고 받게 되는 연금액은 첫 달 137만원에서 134만원으로 줄어든다.
7급 공무원의 경우 1996년 채용자의 경우 월 보험료가 28만원에서 31만원까지 올라간다. 30년을 재직하고 퇴직 이후 받는 첫 연금액은 월 243만원에서 232만원으로 5% 줄어든다.
5급 공무원은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다. 1996년부터 일한 5급 공무원이 재직기간 30년을 채우면 첫 달 연금액이 302만원이었으나 280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내년에 5급 공무원이 되면 매달 32만원인 보험료가 40만원까지 27% 늘어난다. 대신 연금액은 205만원에서 177만원으로 14% 떨어진다.
실무기구에 참여했던 황서종 인사혁신처 차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감액 폭이 커진다"고 평가했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연금수급액이 인상되지만 이번 개혁에 따라 연금 수급자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향후 5년간 동결된다.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60세에서 2022년 61세, 2024년 62세, 2027년 63세, 2030년 64세, 2035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연금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기간은 현재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고 기여금 납부기간은 33년에서 단계적으로 36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연금 수급자가 결혼해서 5년 이상 살다가 이혼할 경우 해당 기간 연금액의 2분의1을 배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분할연금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유족 연금액의 경우 기존에는 2010년 이전 임용자의 경우 70%를, 2010년 이후 임용자는 전체의 60%를 받도록 하고 있으나 모든 공무원이 60%를 받도록 통일했다. 유족연금 지급률 60%는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