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PTV 더이상 미룰수 없다] <3> 안방서 쫓겨난 기업 '사업찾아 삼만리'

"국내서 속태울 바엔 차라리 해외로 가자"<br>KT·하나로 홍콩·美교포 겨냥 VOD서비스 추진<br>장비업체들도 전시회 참여등 유럽 공략 본격화

홍콩 쿼리베이에 있는 PCCW 타워를 찾아온 방문객들이 14층접견실에 마련된 IPTV '나우TV'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IPTV 더이상 미룰수 없다] 안방서 쫓겨난 기업 '사업찾아 삼만리' "국내서 속태울 바엔 차라리 해외로 가자"KT·하나로 홍콩·美교포 겨냥 VOD서비스 추진장비업체들도 전시회 참여등 유럽 공략 본격화 홍콩 쿼리베이에 있는 PCCW 타워를 찾아온 방문객들이 14층접견실에 마련된 IPTV '나우TV'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콩 최고의 번화가인 센트럴(中環) 지역에서 지하철로 약 15분 정도 가면 50층 높이로 우뚝 솟은 빌딩숲이 등장한다. 아시아 최대의 통신재벌 중 하나이자 IPTV 업계 세계 1위인 PCCW가 자리잡은 곳. PCCW의 IPTV인 ‘나우TV(nowTV)’를 총괄하는 폴 버리먼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홍콩의 현황을 듣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갔다. 그런데 버리먼 CTO의 입에서 처음 듣는 얘기가 나왔다. 한국의 KT와 하나로텔레콤이 홍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PCCW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수 차례에 달했다고 했다. 그는 “PCCW와의 제휴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의 KT에서 여덟 차례, 하나로텔레콤에서 세 차례나 다녀갔다”며 “최근에는 KT에서 이곳에 주문형 비디오(VOD)를 기반으로 한 ‘메가TV’ 서비스를 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인터넷카페를 경영하고 있는 박충호 사장도 ‘메가TV’가 홍콩에 들어오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하나로텔레콤도 이전에 시도했다가 지금은 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IPTV, 우리나라서 안 된다면 해외서라도=PCCW라는 강력한 현지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함에도 양사가 홍콩에 진출하려는 것은 ‘해외교포’ 때문. 해외교포는 국내 드라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업체가 진출했을 경우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속태우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교포라는 확실한 수요가 있는 해외로 나가려는 것이다. 특히 현지 업체인 PCCW의 인터넷 품질과 콘텐츠가 한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 사장은 “PCCW의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IPTV인 ‘나우TV’를 함께 사용할 경우 인터넷 속도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며 “한국의 경우 인터넷 품질이 어느 나라보다 좋고 이러한 문제점도 없기 때문에 홍콩 교민들의 이용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교민을 노린 해외 진출은 홍콩뿐이 아니다. 최근 KT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IPTV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나로텔레콤 역시 올 초부터 MBC 등 공중파 방송사와 함께 재미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VO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LA 등에서는 한국교민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할 정도이며 이들의 한국 드라마 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의 한 방법으로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나TV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현지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이미 ‘한국 기업 전쟁터’=서비스 업체들이 교민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 장비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은 바로 유럽이다. 아직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프랑스나 스페인ㆍ이탈리아 등은 우리를 훨씬 뛰어넘는 ‘IPTV’ 강국들이다. 게다가 매년 3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IPTV가 시작되기를 기대하면서 지금까지 잔뜩 투자만 해놓았던 한국 기업들에는 시장규모와 잠재력을 동시에 보유한 유럽이야말로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셋톱박스 업체인 에스넷시스템은 이미 지난 4월 독일에 합작회사를 설립, 유럽 셋톱박스 시장에 직접 진출했고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다보스 역시 유럽 수출을 확대하는 등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IPTV 솔루션 업체에서 최근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 중인 셀런은 유럽형 기술표준을 적용한 솔루션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들 IPTV 장비업체는 이달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방송산업전시회(IBC) 2007’과 ‘영상음향기기 전시회인 ‘IFA 2007’ 등 유럽 전시회에도 대거 참여,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디든 간다=일본도 우리나라 IPTV 업체의 영향력 안에 있다. 이미 일본에서 IPTV 서비스를 직접 하겠다고 선언한 셀런은 이달 내 현지에서 법인설립 신고를 마친 후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계획이고 KT도 기회가 된다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IPTV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아니다. 일본 내에서도 최고 번화가인 도쿄의 긴자(銀座) 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IPTV에 관해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모르겠는데요” “IPTV? 그게 뭔데요. 잘 모르겠는데요” “들어본 것 같기는 하지만 관심은 없어요.” 거리나 TV 어디를 봐도, 하다못해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에서조차도 그 흔한 전시관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IPTV 가입자 수도 불과 2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여기에서 ‘IPTV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맛있어 보이는 그림의 떡’보다 ‘못생겨도 먹을 수 있는 개떡’이 낫다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일본 진출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은 셀런 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법 제정이 언제 될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미 법제화를 이룬 일본이 더 나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록 현재 일본의 시장환경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풍부한 콘텐츠와 기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투자계획은 또 어떻게…" 법제화 지연에 중소업체 직격탄 일부는 개발 해놓고 포기하기도 첨단기술·제품 사장위기 내몰려 통신업체들이 IPTV에 수조억원을 투자한다고 해 올해는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IPTV 시행이 늦어지면서)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으니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만 죽을 지경입니다." 한 통신장비 업체 임원은 통신사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이같이 하소연을 했다. IPTV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관련기업들은 기존에 수립했던 투자계획도 완전히 꼬여버린 실정이다. 지난 2004년부터 IPTV와 관련해 총 3,500억원을 투자한 KT의 경우 올해 책정한 미디어 사업 관련 투자금액 6,900억원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IPTV 콘텐츠 예산인 1,500억원은 미리 확보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푼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기업들은 언제부터 상용화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탓에 내년 투자비용 책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IPTV는 통신사업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단단한 가치사슬을 맺고 있다. 통신사가 원활한 IPTV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를 고도화하는 데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뿐만 아니라 방송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각 가정에 분배해주기 위해서는 셋톱박스 등 대규모 통신ㆍ방송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또한 게임, 쇼핑, 금융 서비스 등을 IPTV로 제공하려면 보안이나 개인인증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협력도 필수적이다. 결국 IPTV의 법제화 지연은 통신사들의 투자계획에 혼선을 일으키게 만들고 이는 다시 관련 통신장비나 방송장비 업체들의 이탈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IPTV와 관련된 KT의 협력사는 100여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경우 서비스가 늦춰짐에 따라 개발만 하고 사업화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KT 등 통신사의 투자계획을 믿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통신업체들의 구매시점이 늦어지면서 결국 상용화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IPTV 같은 신규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용하면서 개선할 할 부분을 찾아내야 추가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추가 투자 계획은 예상안 작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책 지연은 관련 IPTV 등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아 산업계의 첨단기술 및 제품들이 사장되는 것은 물론 우리 IT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의 위기로 이어지게 됐다. IPTV 관련 장비나 SW가 디지털 케이블 방송 등 다른 방송영역에도 응용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IT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산업 활성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등 18개 정보통신 유관협회ㆍ단체도 최근 IPTV 서비스를 조속히 시행함으로써 차세대 네트워크, 셋톱박스, 콘텐츠 분야 등에 대한 대형 투자를 수반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윤종록 KT 부사장은 "IT와 다른 산업과의 컨버전스 차원에서 IPTV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규제로 기술발전이 더뎌지는 현실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송영규차장대우(팀장)·권경희·최광·황정원·임지훈(정보산업부)·이상훈기자(뉴미디어부) 입력시간 : 2007/09/16 19:03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