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뉴미디어의 '이유 있는 반란'

최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시리아가 ‘2007 아시안컵’ 예선전을 치렀다. 이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팀이 2대1로 승리한 것에만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날 경기가 KBSㆍMBCㆍSBS 등 공중파 3사 중 어느 곳에서도 방송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경기 중계권을 갖고 있는 업체가 방송 3사를 제외하고 스포츠 케이블채널과 이동통신사, 인터넷 업체, 위성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에만 중계권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이튿날 ‘공중파 방송’을 통해 경기를 보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여론은 보이지 않았다. 공중파 방송 입장에서는 ‘뉴미디어의 반란’으로 비쳐질 수 있을 법도 하다. 실제로 전국의 1,700만 TV 가구 중에 케이블을 갖춘 곳은 1,400만가구에 이른다. 그리고 이날 시청률은 15%에 달했다. 현재 44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위성DMB 역시 1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NHN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ㆍ야후 등 인터넷을 통해서도 약 230만여명이 시리아전을 시청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의 준(June)이나 KTF의 핌(Fimm) 등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을 통해서도 상당수가 경기를 시청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이번 경우는 뉴미디어가 기존의 방송 미디어를 상당 부분 대체할 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해볼 만하다. 이는 곧 기존 공중파 방송사들이 누리고 있는 방송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드라마ㆍ뉴스ㆍ선거방송 등 많은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생활과 산업은 이처럼 통신과 방송 융합의 한가운데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아직도 ‘준비 중’이라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뉴미디어의 ‘이유 있는 반란’이 방송과 통신 진영, 그리고 정부로 하여금 제도 정비의 시급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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