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사상 최대규모의 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증시의 몸통을 흔들어 놓았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힘입어 지난 11일 주가지수를 사상최고치로 이끈 프로그램 매수세는 불과 하루 만에 4,700억원 어치의 대규모 매물로 바뀌어 증시를 휘저었다. 뚜렷한 매수 주체도 없던 증시는 12일 막대한 매도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장중 한때 30포인트 이상 급락하다가 전날보다 19.50포인트 하락한 1,445.20포인트로 마감됐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날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나온 프로그램 매물의 주요인이 된 것은 외국인들의 투기적인 선물 매매. 외국인들이 옵션만기일에 선물을 6,000계약 이상 집중 매수하는 바람에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되기는커녕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이 화근이 됐다. 하지만 전날 미국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외국인들은 하루만에 선물 매도에 나서 프로그램 물량의 대규모 청산을 야기해 결국 외국인들이 사고 판 선물(꼬리)이 주식(몸통)시장을 뒤흔든 ‘왝더독’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사상 최대규모인 1만4,852계약의 선물을 팔아치워 최근월물인 6월물 지수를 전날보다 4.30포인트 낮은 186.75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현ㆍ선물 가격차이인 베이시스도 급락해 -0.52로 마감, 지난 3월23일 이래 처음으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으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매물은 지난 1월 이래 연중 두번째로 많은 4,735억원 규모에 달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외국인 선물 매도는 금액이나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라며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절반 이상이 청산됐지만,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상태에 머문다면 추가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시장에 남은 9,000억원대의 매수차익잔고 가운데 추가로 풀려날 물량은 2,000억~3,000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지만,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로 밀려날 경우 4,000억~5,000억원의 추가 매물이 나오며 시장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정책을 정하겠다는 불확실성을 시장에 던져놓은데다 글로벌 증시의 흐름도 불확실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