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사학연금으로 갈아타자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정택 KDI 원장이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자는 물론 연금개혁의 추진 주체인 주무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는 KDI 부설 대학원 관계자만 사학연금을 인정하고 본원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으로 원대복귀하는 조치를 추진 중이지만 국회는 국책연구기관의 사학연금 가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사학연금의 수술 논의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현 KDI 원장은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KDI의 사학연금 가입에 대한 소견’에서 “KDI에 쏠린 지적과 비판을 보고 우리나라의 중추적 국책연구기관으로 KDI가 해야 할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혀 일단 여론의 비판을 무겁게 수용했다. 그러나 현 원장은 “법률에 따라 KDI는 사학연금 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많은 정책당국자는 물론 연금개혁의 추진 주체인 주무장관도 국민연금이 아닌 특수직 연금에 가입해 있다”며 KDI의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학연금 대상기관으로 이미 지정받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광주과학기술원과 같이 KDI를 법에 따라 사학연금 대상으로 지정해준 교육인적자원부가 여론의 부담을 지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교육부의 입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이날 KDI의 사학연금 가입 대상범위를 ‘대학원 소속 연구위원과 직원’으로 수정할 계획으로 알려져 KDI 본원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으로 복귀하고 부설 국제정책대학원 관계자들만이 사학연금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는 KDI 등 국책연구기관의 국민연금 탈퇴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은 “입법을 통해 이미 가입한 국책연구기관까지 사학연금 가입을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연금 갈아타기로 비난의 화살이 KDI에 쏠리자 현 원장은 “근본적 해결책은 국민연금의 재정을 튼튼히 하고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같은 특수직 연금을 개혁해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등에 대한 수술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KDI의 사학연금 가입과 관련한 논란과 정부의 후속조치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포함한 특수직 연금 개혁의 촉매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