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로에 선 증권산업


최근 우리나라 증권산업이 어려움에 당면해 있다. 순영업수익 감소와 자기자본수익률(ROE)의 하락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위기는 우리나라에서 증권산업이 태동한 이래 증권사 비즈니스의 근간이 돼온 위탁매매 침체에 그 원인이 있다. 위탁매매수수료는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치열한 증권사 간 수수료율 경쟁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위탁매매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여타 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 부문도 기업공개(IPO)시장의 부진과 낮은 수수료율로 IPO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고 있으며 수익성 좋은 대형 인수합병(M&A)자문은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위탁매매 부진ㆍ경쟁가열로 침체 가속

자산관리시장도 펀드수탁액 감소와 판매수수료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으며 리테일 부문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신규 사업인 프라임브로커리지나 기업신용공여도 아직까지 초창기인 헤지펀드산업이나 M&A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지난 수년간 주가연계증권(ELS)및 파생결합증권(DLS) 등 장외파생상품시장은 급성장했다. 또한 금리의 하향 추세로 장외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보유하게 되는 채권 운용수익이 급증해 증권사 순이익에 크게 기여한 바도 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의 출구 전략 시행으로 인한 금리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채권 운용수익의 지속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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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의 위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1970년대 미국에서,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도 경험한 현상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증권산업의 위기, 구조조정의 원인과 경과,

사업 역량강화·구조변화 모색해야

그리고 구조조정 이후 증권산업의 구도 변화가 우리나라의 경우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수수료 자유화와 경쟁심화로 촉발된 위탁매매 부문의 부진이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 증권산업의 경우 위기 이후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증권사 소유구조와 M&A에 대한 거부감으로 M&A가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저성장 및 저금리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을 둘러싼 거시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자와 기업 등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의 요구가 변하고 있다. 투자자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자본시장을 통해서 조달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 참여자의 요구변화에 대응해 질적으로 한 단계 높은 자본시장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증권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탁매매 부문의 부진은 현재의 증권산업 구조에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다. 따라서 지금은 증권산업 전체가 거시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략적 방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모색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업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며 해외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성장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증권산업의 구조 변화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우리 증권산업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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