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정기조 유지속 제한적 경기부양

자금 균형배분 '안정효과' 예산 조기배정해 '부양'도1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03년도 예산배정계획에는 경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대응방안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의 불씨는 살려야 한다'는게 골자다. 현재의 거시경제정책운용의 틀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의 불씨를 대거 지핀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예산배정 상반기 집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체 예산182조8,638억원(특별회계 포함)의 65.4%가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1ㆍ4분기에 38.0%인 69조4,340억원이 돌려졌다. 배정을 가급적 앞당긴 것이다. 예산이 이만큼 배정됐다는 것은 정부 각 부처가 배정된 금액만큼은 사업을 짜고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배정된 한도만큼 건설이나 토목공사를 발주하고 계약할 수 있다. 때문에 예산배정은 실제로 자금이 나가지 않지만 경기를 부추기는 효과를 갖고 있다. 더욱이 사회간접자본(SOC)와 수출ㆍ중소기업부문에는 상반기 예산이 81.3%나 배정됐다. 이 가운데서도 SOC부문은 경기진작효과가 큰 분야다. 건설ㆍ토목공사에는 하청ㆍ재하청업체도 많고 인건비로 나가는 돈도 많아 예산 투입의 파급 승수효과가 즉각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금은 균형 배정 그런데 실제 자금배정은 상반기 집중이 아니다. 상반기 52%, 하반기 48%로 균형이 잡혀 있다. 1ㆍ4분기에 집중된 예산과 달리 자금은 24.2%만 배정됐다. 왜 예산배정은 상반기 집중이고 자금배정은 균형일까. 여기에서 성장과 안정의 배합이라는 운용의 묘를 읽을 수 있다. 자금배정이란 말 그대로 실제로 나가는 돈을 안분해 놓은 것. 건설공사에 비유하자면 공사를 계약할 때 예산이 배정되고 기성고(공사진척도)에 따라 자금이 나간다. 정부가 자금을 균형배정한 것은 빠듯한 재정여건에서 현재의 안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한적 경기진작'의지 담겨 전체적으로는 제한적이나마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정부의 올해 상반기 예산배정은 전체의 65.4%, 자금은 57.0% 수준. 지난 2000년에도 상반기중에 예산이 62.1%, 자금 53%가 배정됐었다. 상반기 집중도만 보면 내년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겉만 보면 예산배정이라는 재정활동을 통한 정부의 경제운용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이전과 현재의 정책기조가 다르다. 상반기에 예산 등이 집중된 최근 2년간의 정책기조는 부동산경부양까지 동원하는 진작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기조는 지난 5월경부터 이어져온 '중립'이다. 중립적인 경제운용에서 상반기에 집중되는 예산안은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통상적인 예산배정이 상반기 50~55%, 자금의 40~50%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립적인 예산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제한적인 부양으로 선회하는 감도 든다"고 말했다. ◇경기위축 가능성에 탄력대응 정부가 '부양 선회'라는 해석의 여지를 안고서도 이 같은 배정계획을 확정한 것은 경기위축에 탄력대응하기 위함이다. 부동산 위축과 가계대출 억제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내수가 둔화하고 미국경제 등 세계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맞서 성장의 불씨를 살려가겠다는 것이다. 예산의 상반기 집중 전략은 국내외 경제여건과도 맞아 떨어진다. 미국 경제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비추어 상반기중에는 정부 부문에서 성장을 어느 정도 지탱해야 한다는 주문이 반영된 셈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경제가 상반기에 주춤하지만 하반기에 소비가 살아나며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도 통한다. 가계대출 부실 우려로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 은행 등 민간 금융부문에서 경제를 조율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SOC등 제한된 영역에서나마 재정운영의 묘를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공약사항을 이행하려면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수요도 이번 예산 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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