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린 수입차 업계가 하반기 국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낮아진 유럽산 차들이 가격을 인하하고, 다양한 신차를 출시함에 따라 국산차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연초부터 가격 인하를 실시한 터라 지난해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정책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EU 간 FTA에 따라 7월1일부터 수입되는 완성차의 관세율이 3.2%에서 1.6%로 낮아졌다. 독일차를 비롯한 유럽 브랜드는 기존 차량 가격에 관세 인하를 적용하며 시장 확대 의지를 더욱 키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1일부터 미국에서 수입되는 M클래스를 제외한 전 차종의 가격을 최저 30만원에서 최대 340만원까지 평균 1.2% 내렸다. B200 CDI가 3,980만원에서 3,950만원으로, C220 CDI는 4,790만원에서 4,750만원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출시된 뉴 E클래스는 미리 관세 인하를 적용해 E300 엘레강스가 기존 6,940만원보다 160만원 싼 6,7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도 평균 1%, 최고 21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경쟁이 심화되는 수입 중형차 시장을 겨냥해 XF 2.2 디젤을 450만원 낮춘 6,090만원, 2.0 가솔린 모델은 600만원 내린 5,990만원으로 책정했다.
폭스바겐 코리아도 최저 4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까지 차량 가격을 내렸고, 볼보도 XC60 디젤에 65만원의 관세 인하를 추가 적용하며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포르셰도 911 C4S 카브리올레의 가격을 1억6,850만원에서 1억6,280만원으로 내렸다.
BMW와 푸조 등도 가격 인하에 나설 예정이고, 유럽산 차량을 수입하는 비 유럽계 업체도 해당 모델의 가격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국산차들은 수입차의 가격 인하 공세에 별 다른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미 연초에 쏘나타, 그랜저, K7 등 주력 차종의 값을 내렸고, 최근 출시된 K5 등의 신차도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하해 추가 할인 여력이 거의 없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도 휴가비 지원, 저리 할부, 사은품 제공 등을 판매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가격 인하만큼 직접적인 메리트는 없다. 국산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내수 판매가 줄고 있지만 이미 마진 폭을 줄인 상태여서 추가로 가격을 내려 수입차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내 완성차 5사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수입차의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며 올해 상반기에 내수 판매가 2.7% 감소했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적다. 수입차는 폭스바겐 골프,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및 S클래스 등 관심이 큰 신차가 줄지어 나올 예정이지만 국산차는 이렇다 할 모델이 없는 편이다.
국내 산업에서 자동차 분야는 부품, 소재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큰 편이라 동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선 개소세 인하, 노후차 교체 지원 등 기존에 판매 촉진을 위해 정부가 제공했던 정책적 수단을 다시금 기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