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거나 잘못 짚었거나….’ 최근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강남권 재건축은 사상 초유의 거래침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의 유일한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재건축 추진단지들의 분위기는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이 무색할 지경이다. 당초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임대ㆍ소형 의무비율 완화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해제 등 ‘규제완화’의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지만 몇 건의 급매물이 반짝 거래됐을 뿐 거래시장은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겹규제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잃은데다 거래마저 끊겨 긴 침체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정부 발표 직후에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가 오르고 몇 건의 급매물이 거래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주말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거래가 중단되면서 대책효과가 채 며칠을 가지 못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되던 가격 하락세가 일단 멈추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112㎡형의 경우 정부 발표 첫날 3개의 물건이 500만~1,000만원 오른 가격에 팔렸지만 이튿날부터 다시 거래가 끊기면서 급매물이 나왔다. 이 지역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몇 건 걸려오던 문의전화가 주말을 지나면서 다시 끊겼다”며 “전반적인 경기위축 탓에 집을 사려는 구매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권의 대표적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 역시 일부 매도자들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렸지만 사려는 문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 지역 B공인의 한 관계자는 “호가를 올려봐야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무의미한 것 아니겠느냐”며 “매수 문의가 없으니 급매물들은 다시 가격이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강동구 고덕 주공 재건축 단지들도 정부 발표 직후 급매물만 일부 회수됐을 뿐 매수세가 없는 등 일주일이 가깝도록 거래 회복의 기미조차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고승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가락1동 분회장은 “정부가 일부 재건축 규제를 푼다고 했지만 돈줄이 꽉 막혀 있으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을 적용받는 6억원 초과 물건은 아예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정부가 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보다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도 “정부가 또 다른 규제완화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재건축 단지들은 추가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용적률이나 개발이익환수제 완화 역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하락한다면 중산층은 심각한 자산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 급등은 막되 정상적인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