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에게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한 후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사퇴했다. 신 후보자와 이 후보자는 김 후보자가 사퇴의사를 발표한 후 자진사퇴 의사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밝힌 뒤 "이 대통령은 인사 내정후 8·15 경축사에서 '함께가는 국민, 공정한 사회'를 국정기조로 제시하고 개각 내용에 대해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 이번에 내정자들의 사퇴 의사 발표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정부는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바로 펴는 데 가일층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뿌리내리도록 힘쏟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박연차와의 인연이 결정적
김 후보는 지명 당시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면서 화려하게 정치 전면에 부상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말바꾸기에 따른 사퇴압박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물러나게 됐다.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24일 청문회에서는 2007년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다음날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로 인해 여론이 급속이 악화돼 여당 내에서도 그를 신뢰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현성됐다.
김 후보자는 사퇴의사를 밝힌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게 더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총리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회견문을 통해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호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잦은 말바꾸기 등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진솔하게 말씀드리려 했던 것이 잘못된 기억으로,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실수가 되고 또 더 큰 오해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총리 후보직 사퇴 결심 배경에 대해 "무신불립이라 했다. 저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미덕을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사퇴 회견을 한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라는 미묘한 소회를 남겼다. 이 글은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에 나오는 '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천요하우, 낭요가인, 유타거)'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비를 내리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고, 홀어머니가 시집을 가겠다고 하면 자식으로서 말릴 수 없다. 갈테면 가라"라는 뜻으로 방법이 도저히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역대 총리 후보자 가운데 중도하차한 사람은 신성모, 허 정, 이윤영, 백한성, 박충훈, 이한기, 장 상, 장대환씨 등 8명이고,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이래 청문회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이번이 세 번째다.
MB정부 후반기 국정장악력 약화할 듯
이처럼 김 후보자를 비롯한 후보자 세 명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정치권에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8·8 개각의 실패로 인해 후반기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림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고 정권 후반기를 맞게 됐다. 반명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야당 측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김 후보자의 인준을 강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한 정면돌파도 검토했었다.
그러나 지난 2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 이후 당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김태호 불가론'이 퍼지면서 강공을 고집하다간 집권 후반기 정국운용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거취 관심집중
한편 야권은 그동안 10명의 각료 후보자 중 최소 4명(김태호·신재민·이재훈·조현오)은 낙마시킨다는 입장을 보여왔는데, 3명이 이날 낙마함으로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의 거취가 주목을 모으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위장전입, 탈세,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및 논문 표절 등 이른바 '4+1'에 해당되는 인사는 임명이 불가하다는 원칙과 명분은 어떤 경우에도 지킬 것"이라면서 "총리 후보자가 물러나는 것을 봤으면 다른 분들도 국민 여론을 보고 이 대통령을 편하게 할 결정을 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청문회 동안 제 부족함이 너무나 많음을 진심으로 깨우쳤습니다.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진솔하게 말씀드리려 했던 것이 잘못된 기억으로, 정말 잘못된 기억으로 말실수가 되고 또 더 큰 오해를 가져오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무신불립이라 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께서 준 채찍을, 그 채찍을 제 스스로 달게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확실한 신념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혹독하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도 삼아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