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로성장근접 美경제]<中>美경제고립주의

美 보호무역 강화 통상마찰 확산 우려29일 미국의 2ㆍ4분기 성장률이 8년 만에 최저인 0.2%로 떨어졌다는 상무부의 발표가 있은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제를 회복시키는 가장 올바른 처방은 감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둔화가 다른 나라에 파급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 97년의 아시아 위기나 다음해 러시아 위기 때 세계경제를 걱정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올초 출범과 동시에 다른 나라에 위기가 발생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다. 전임 정부가 아시아 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지원한 것은 잘못됐고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최근 터키와 아르헨티나에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도록 허용하기는 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기본철학이 바뀐 것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통계상으로 미국경제는 아직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기업 부문에서는 사실상 불황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PC 부품업체인 게이트웨이는 직원의 25%를 줄이고 해외영업망을 모두 철수시킨다고 밝혔고 광통신업체인 코닝은 1,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며 국가간 무역장애물 철폐에 주력하고 덤핑 판정을 자제했던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부시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외국 철강제품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경고하거나 상무부 장관이 한국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덤핑 제소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등이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을 보여주는 예다. 미국이 90~91년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는 일본과 독일이 호황을 누려 세계경제의 수요를 유지하고 있었고 덕분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경기상승 국면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가라앉고 유럽과 일본의 경제축이 동시에 힘을 잃으면서 한쪽에서 다른 쪽을 지탱해주는 보완관계가 무너져버렸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자국이기주의에 빠져 통상마찰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러 약세가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는 유리한 경영환경을 조성하지만 대미 수출비중이 큰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에는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건이 된다. 미국은 2ㆍ4분기 GDP가 가까스로 플러스를 유지한 중요한 이유로 소비를 들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부분이 자동차 구매였다. 그러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는 하반기에 판매위축을 경고하면서 달러 강세로 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폴 오닐 재무부 장관은 지금까지 한번도 강한 달러의 지론을 번복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을 시사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90년 경기침체 때 당시 부시 대통령은 자동차 3사의 이익을 대변, 일본과 자동차 통상마찰을 일으켰고 달러약세를 통해 미국 자동차산업을 부흥시켰다. 그의 아들이 대통령이 된 지금 미국경제가 또다시 가라앉으면서 전철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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