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아시아와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정책금리를 현행 3.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3개월째 기준금리를 묶었다. 금통위는 금리동결 이유를 설명한 통화정책 방향에서 "국내경제는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금리결정의 잣대가 '물가'보다 '해외변수 안정'과 '성장률'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영란은행(BoE) 역시 30개월 연속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동결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금리인하 여부는 항상 논의하는 이슈"라며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말해 당분간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이날 7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6.75%로 동결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3%로 묶었다.
이들 국가가 금리동결을 선택한 공통적인 이유는 유럽 재정적자 위기와 미국의 경기둔화가 각국의 경제성장 기조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불투명한 경제여건을 감안해 완화기조로 돌아서고 있지만 경기방어를 위한 마땅한 정책수단을 갖지 못해 시장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한계상황에 이른 가운데 통화정책도 이미 약발을 다해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ㆍ유럽이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은 과거 리먼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는 각국이 동원할 수 있는 총알(수단)이 바닥났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9일 열릴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