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의도 훔쳐보기] 문창극 고집하는 청와대 속내는

잇단 인사실책 인정 못하나… 다른 후보자 방패막이인가<br>레임덕·국정약화 가능성에도 與 표 단속해 돌파 의지 보여<br>재보선 '보수표 결집' 의도도

친박계 좌장으로 새누리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17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또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시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권 핵심에서 문 후보자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는 전날 초선 의원에 이어 비례대표 의원들을 만나 표 단속에 들어가는 등 정면돌파에 나섰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자진사퇴를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안 하겠다고 버티니까 세간에서 '배째라당'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본회의 인준이 불투명한 실정이라는 데 있다. 현재 285명의 재적의원 중 새누리당이 148명으로 인준에 필요한 조건(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은 일면 갖추고 있으나 안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6명이 문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 성명을 낸 데 이어 26일에는 법원에서 정두언·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 판결 가능성이 높다. 인사에 관한 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내 소장파와 비주류의 비판적 분위기를 보면 반란표가 족히 10표 안팎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서 의원이 이날 청문회 절차를 전제하면서도 "문 후보자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고 말하며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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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우선 여권의 '문창극 일병 지키기'에 대해 문 후보자가 친일을 넘어 극일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교회 특강 동영상을 보니 문 후보자가 친일보다는 극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물론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듭된 인사 실책을 인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불통인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여론은 안 좋은 게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입장도 우리에게 소중하다"면서 "조금 그랬다고 카드를 또 버려버리면 이런 데서 오는 후폭풍을 우리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데도 70% 가까운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를 고집하는 데는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샌드백'으로 전락한 문 후보자를 버리게 되더라도 다른 9명의 후보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것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 문제에 관심을 쏠리게 해서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차떼기라든가, 북풍사건 연루 등에 대해 방패막이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 말했다. 실제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이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사회부총리)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잇따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가 총대를 멘 격이 돼 다른 후보자들에 쏟아지는 의혹이 상대적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16곳에 달해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에 대비해 야권을 '국정의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규정하며 '보수의 결집'을 시도한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낙마할 경우 여권이 7·30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역공을 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과연 여권의 역공이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청와대가 문창극 카드를 고집할수록 '보수의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문 후보자가 표결 끝에 낙마하고 재보선에도 패배하면 박 대통령은 레임덕을 겪게 되고 국정동력이 약화될 것"이며 "문 후보자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혼선, 그리고 일본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에서의 국격 추락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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