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낙제생 2배 늘고 최우등생 하나도 없어

■ 117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인천항만公·선박기술안전공단 4단계나 추락

안전소홀·파업 등 국민불편 유발한 기관에 경고

울산항만公·산업기술시험원은 기관장 해임건의


세월호 여파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항만공사와 선박기술안전기술공단 등 안전관리가 미흡한 공공기관의 평가등급이 4단계나 추락했다. 이뿐 아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영여건은 개선되지 않아 '낙제점'인 D·E 등급을 받은 기관이 1년 전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우수한 성적인 S와 A 등급을 받은 기관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기관들의 전반적인 성적이 2012년보다 크게 후퇴했다.

기획재정부는 117개 공공기관의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후속조치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낙제' 대상 공기업 2배나 증가=평가결과를 보면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A등급(우수)도 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꼴찌인 E등급(매우 미흡)은 2012년 7곳에서 지난해 11곳으로 늘었다. D등급(미흡)도 전년도 9곳에서 지난해 19곳으로 증가했다. 전체 공공기관 117개 중 무려 25.6%인 30곳이 해임 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낙제점'인 D·E등급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낙제 기관 수(16곳)의 배에 가깝다.


공공기관 성적이 추락한 데는 세월호 사고 등을 계기로 국민 안전 관리 등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무 등에 대한 평가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경영평가단은 선박안전기술공단과 울산항만공사 등에 대해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E등급을 부여했다. 공공기관들의 경영성과 자체도 부진해진 것도 성적 추락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부채 과다 및 방만경영기관으로 꼽힌 30개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의 지난해 성적은 형편없다. 전년도보다 평가등급이 오른 곳은 한국장학재단 등 4곳밖에 없다. 6개 기관은 전년 수준 유지, 20개 기관은 전년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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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소홀·파업 공기업, 옐로카드=국민 안전에 위험 요인을 유발하거나 파업 등으로 국민 불편을 가져온 공공기관은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 평가에서 A를 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세월호 부실 검사 등으로 낙제를 의미하는 최하위 등급인 E로 4계단 추락했다.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세월호에 대한 선박검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불법 증축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못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경영평가단도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대해 "안전 검사 주무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울산항만공사도 재무관리 시스템 체계화 필요, 경영성과급 차등 지급 실적 저조 외에 액체 위험물을 다량으로 취급하지만 항만운영상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E등급을 받았다. 인천항만공사 역시 항만 운용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이 미흡하고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해 지난해보다 2계단 낮은 C등급을 받았다. 또 최장기 파업을 단행, 국민불편을 초래한 한국철도공사는 C등급(보통)에서 최하위 등급인 E로 떨어졌다.

남부·남동·동서·서부·중부 등 5개 발전자회사는 순이익이 감소해 등급이 지난해보다 내려갔다. 이와 함께 거액의 연봉과 높은 복지 수준 때문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는 보수 및 성과관리, 노사관리 부문의 실적이 미흡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장애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해 낙제점(E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한편 이달 중 평가 결과를 주무부처와 공공기관에 통보하고 오는 8월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또 3·4분기 말 공공기관 정상화 실적 점검을 실시해 인센티브와 제재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어서 공공기관장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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