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난제 풀기' 연초부터 총력전
핫이슈 처리 어떻게…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
맹준호기자 next@sed.co.kr
홍재원기자 jwhong@sed.co.kr
삼성, 강력한 조정능력 갖춘 새 경영체계 도입현대·기아차 세계시장 입지 확대·노사협력 정착 주력LG, 매출 100兆바탕 글로벌 리딩그룹 도약SK, 순환출자 고리 끊고 지주회사 체제 완료
기축년 새해를 맞아 국내 기업들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 대응이라는 공통의 숙제 외에도 체제정비, 노사협력, 유동성 위기 해소, 인수합병(M&A), 글로벌 전략 재정비 등 기업별로 굵직한 이슈들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SK 등 4대그룹은 물론 롯데, 금호아시아나, 한화, 두산 등 다른 대기업들도 저마다의 난제들을 풀기 위해 연초부터 조직을 풀가동하고 있다.
◇삼성은 체제정비, 현대차는 노사협력이 관건= 재계 1위 삼성그룹은 3년째 끌고 있는 이른바 ‘삼성사태’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경영 체제를 하루빨리 정착시키는 것이 올해 최대 과제다.
삼성은 지난해 이건희 전 회장이 물러난 뒤 사장단협의회를 구성하고 투자조정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그룹 차원의 투자 결정을 비롯한 대형 현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불황에 따라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룹 컨트롤 타워’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이런 점을 감안해 이달 이 전 회장에 대한 상고심이 끝나는 대로 사장단과 임원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체계를 도입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홀로서기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현대ㆍ기아차는 심각하게 얼어 붙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북미나 서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신흥시장까지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충격없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것이 당면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위해 품질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리는 한편 소형차 생산을 확대해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비상경영에 돌입, 탄력적인 생산 체제 구축은 물론 경비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관건은 현대ㆍ기아차의 노사 협력 체제 구축 여부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말 상생 협력에 합의했고 현대차 생산현장에서도 자발적인 비상경영 동참이 확산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장간 배치전환을 통한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지난해 그룹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추산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재탄생한다는 목표다.
◇SK 순환출자 해소 마감 임박= SK그룹은 올 6월 SK텔레콤ㆍSK네트웍스→SK C&C→SK㈜→ SK텔레콤ㆍSK네트웍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를 완료해야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SK그룹은 SK C&C를 상장하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가진 지분을 일반 공모로 처분해 현금도 챙기고 순환출자 고리도 끊는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증시 급랭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완료를 2년 정도 유예받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법 개정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또 최근 수년간 역량을 집중했던 ‘글로벌기업 도약’ 전략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보고 조만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 재편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롯데,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첫삽뜨기 각오금호아시아나, 자산 4조5,000억대 매각 유동성 확보한화, 대우조선 인수대금 6兆마련 고심 거듭두산, 밥캣 인수따른 유동성 위기 수습 관심
롯데그룹은 올해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의 첫 삽을 뜨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지난 1994년부터 추진했으나 각종 인허가를 얻는 데 실패해 15년째 지지부진하던 이 사업을 올해에는 반드시 착공까지 진행시키겠다는 목표다.
롯데는 이밖에도 지난해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조달한 7,000억원 이상의 외화 자금을 활용해 국내ㆍ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우량기업 사냥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한화ㆍ금호아시아나ㆍ두산은 M&A 뒷처리 부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몇 년간 성과를 올렸던 대형 M&A 뒷처리를 해야 한다. 당장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가 관건이다. 올해 12월 만기를 앞두고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금호 측은 지난해 7월 부동산과 유가증권 매각을 중심으로 한 총 4조5,000억원 규모 유동성 확보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현될 수 있느냐는 올 상반기 안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헐값으로 팔 수는 없는 만큼 올 상반기까지 시간을 두고 매각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문제가 걸려있다. 지난해 말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 측이 오는 30일까지로 본계약 시한을 연장해 줬지만 가격 할인 및 잔금 분납은 허용치 않기로 해 한화 입장에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한화는 6조원에 이르는 인수 대금을 3월 말까지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1월 말 본계약을 포기한다는 방침 아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선제적인 위기대응을 위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구사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이미 테크팩, 주류 부문 등의 매각을 확정지은 두산이 올해도 폴로 등 의류, 버커킹ㆍKFC 등 외식 부문을 매각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세계적인 건설 불경기 속에서 밥캣이 어떤 영업실적을 내느냐도 그룹 경영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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