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일] 라응찬 회장 퇴임식이 웬 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0일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라 회장은 이사회에서 "고객과 주주ㆍ임직원에게 너무 많은 심려를 끼친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퇴의 변을 했다. 라 회장은 그러나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11월1일에는 퇴임식까지 치른다. 책임을 통감한다던 라 회장의 말에 회의감마저 든다. 라 회장의 사퇴는 신한사태 해결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라 회장은 이미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고 있다. 게다가 지지세력이던 재일교포 주주들마저도 등을 돌린 상황이다. 고립무원에 빠진 라 회장으로서는 자진 사퇴가 최선책이었을 것이다. 청탁ㆍ파벌 의혹을 남긴 채 사태를 깨끗이 마무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등기이사직 유지에 퇴임식이라니. 이는 라 회장의 '노욕(老慾)'일 뿐이다. 라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에 이어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등기이사직도 함께 내놓아 이런 시장의 평가가 터무니없었다는 점을 명쾌하게 보여줘야 한다. 신한금융지주의 빠른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도 그렇다. 라 회장의 후임으로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선임됐다. 류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새 경영진은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추스르고 분열과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라 회장과 가까운 내부 관계자들이 그 뒤에 줄을 선다는 한심한 작태가 여전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재기하기란 요원하다. 신한금융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라 회장의 경쟁 없는 독주에 비롯된 것인데 그 체제가 여전하다면 사퇴의 의미마저 없는 것이다. 한 재일동포 주주는 라 회장의 이런 행동에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신한금융이 재기에 성공하려면 라 회장은 새 경영진에 모든 것을 맡기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임직원들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진정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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