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전자업체] 분사기업 재통합 추진

군살 빼기 차원에서 분사에 나섰던 전자업체들이 잇따라 분사기업 재통합에 나서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1월 LG전자서비스㈜로 분사시켰던 애프터서비스사업을 재통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LG는 재통합에 필요한 마무리 작업을 7월까지 끝낼 방침이다. LG서비스의 직원수는 2,000여명. 분사했던 기업을 다시 통합한 사례는 LG전자가 처음이다. LG전자가 재통합을 결정한 것은 비용 절감 및 인원 감축 등 분사에 따른 효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순한 군살 빼기 차원에서 분사를 실시한 결과 역효과만 커졌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서비스부문을 삼성전자서비스㈜로 분사시킨 삼성전자도 재결합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자본금 3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처럼 분사, 재결합을 추진함에 따라 다른 업종, 다른 기업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유행처럼 실시하던 분사가 사실상 구조조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분사효과가 없다=가전 및 컴퓨터 업체의 경우 애프터서비스는 제품 판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국내 업체의 경우 가전은 물론 컴퓨터 등을 백화점식으로 판매,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분사 이후에도 모기업 제품의 AS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어 외부업체 서비스 대행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비자들도 애프터서비스는 「공짜」라는 의식이 팽배, 애프터서비스사업은 만년 적자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적자를 메구기 위한 모기업의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분사기업이 재합병될 경우 직원들의 일자리 보장 등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된다. 직원들에게 어떤 지위를 보장해 줄 것인지, 분사 당시 퇴직금을 전액 지급한데 따른 형평성 문제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계열사만 늘었다=분사당시 종업원 인수를 하지않고 임직원을 인수한 것은 계열사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종업원 인수방식(EBO)의 경우 종업원 지주 형태로 운영이 가능해 모회사에서 완전 분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임직원 인수방식(MBO)는 모회사가 인수자금을 빌려주거나 상당부분의 지분을 소유함에 따라 그대로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 LG전자서비스 주식 70%를 LG전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감원,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긴 커녕,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결과만 낳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문제다=분사에는 정부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말 MBO를 통해 5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MBO방식의 분사를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영국과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미국을 본받아보겠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계열사가 오히려 늘어나자 외국의 곱지 않은 시각도 부담이 됐다. 다시 계열사를 줄이라고 압력을 넣자 대기업들이 재합병에 나선 것.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이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사례를 검증없이 국내에 적용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진갑 기자 GO@ 문병도 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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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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