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리 조기인하 희박·폭도 줄어들듯"최근들어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기업경영실적에서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회복을 위해 채택하고 있는 금리인하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몇가지 긍정적 신호를 경기회복의 전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산업 생산 회복
FRB의 발표에 따르면 3월중 미국의 산업생산이 전달에 비해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의 0.6% 감소에서 반전한 것으로 월별 산업생산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9월 이래 처음이다.
뱅크원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경제가 터닝 포인트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이 과감하게 재고를 정리한 결과"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올들어 세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그 이유로 기업의 재고 누적과 이에 따른 생산 감소를 들었다. 3월 산업생산이 플러스로 돌아섬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명분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가 지표가 예상보다 밝게 나오자, 경제학자들이 올 1분기의 성장율 예측치를 예측치를 올려잡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도이체방크, 톰슨파이낸셜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을 0.6%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가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GDP성장율은 1%였다.
◇예상보다 좋은 기업실적
마이크로칩 메이커인 인텔은 17일 뉴욕증시 폐장후 지난 1분기에 11억 달러의 순이익(주당 16센트)을 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64% 감소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월가의 예측치 주당 14~15센트를 넘어선 것이며, 인텔은 2분기에는 1분기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1분기 수익도 주당 18센트로 월가 예측치 16센트를 넘었다.
전날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실적 부진 소식에도 다음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상승한 것은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기업수익 예측기관인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미국 500대기업의 올해 이익은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9% 감소하고, 2분기엔 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지난 99~2000년에 연간 20% 이상의 막대한 이익 증가를 달성했기 때문에 올해 이익이 10 감소하더라도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99년보다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기업인들은 수익 감소가 단기로 그치고, 곧 두자리의 수익 상승을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업부문에서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인원감축), 설비 투자 감축등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실업자가 늘어나 민간소비가 줄 경우 미국 기업들의 급격한 수익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FRB의 공격적인 금리정책 후퇴 가능성
거시경제지표와 기업실적에서 굿뉴스가 나오고, 주식시장이 안정되면서 오는 5월 15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금리를 한차례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월가에서 사라졌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FRB의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가 약화돼, 금리에 민감한 미국 국채(TB) 가격이 최근 하락추세에 있다.
17일 발표된 소비자물가가 안정인 것으로 나타나자, 미 재무부채권 가격이 반등했으나, 지난주 이후 하루에 TB 10년물이 액면가 1,000 달러당 8.4 달러나 폭락하는등 TB가격은 하락 일변도였다. FRB가 조기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5월에 0.5% 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에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선물시장은 5월의 금리인하 이후에 추가 인하가 없는 것을 전제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