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점(占) 믿는 사회

김진형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사장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한 시기라 그런지 주위에서 새해맞이 운세나 점을 봤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개인적인 신상 문제부터 시작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문제까지 점을 보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예전에는 자식의 혼사 등 큰일을 앞둔 어머니들이 주로 점을 보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경계도 없다. 필자의 자녀들도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로 사주나 점을 보러 다닌다고 한다. 꼭 신내림을 받은 용한 사람에게서 점을 보는 것도 아니다. 가볍게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사주풀이를 듣는 사주카페도 많고 간단히 관상을 봐주는 곳들도 있다. 신점뿐 아니라 사주·관상·손금·타로점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일이 잘 풀릴 때보다는 잘 풀리지 않을 때 남의 조언을 듣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점을 보러 갈 때면 보통 무언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결과가 좋게, 혹은 나쁘게도 나오는 것이 점이라지만 모두가 좋은 답을 듣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주위를 보면 본인이 듣고픈 말이나 이미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답을 들을 때까지 여러 군데 점을 보러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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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보고 그 결과에 의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점괘가 모든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은 지나치게 점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점괘가 좋지 못하면 크게 좌절하고 반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점괘만 믿고 미래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기도 한다. 마치 세상이 오늘로서 끝나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기대가 발전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말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지만 그런 표현 중 하나로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특정한 병에 대한 약효가 없는 거짓 약을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가장해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우는 실제 약의 효과라기보다는 그 약에 대한 환자의 기대와 본인의 병이 곧 호전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플라시보'라는 단어는 '마음에 들게 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현재는 제약업계에서 실제로 가짜 약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새로운 약을 개발했을 때는 임상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가짜 약인 '플라시보'를 이용해 진짜 약의 효과와 비교하는 실험을 거치지만 실제 삶에서는 이런 비교 과정이 불가능하다.

점을 본다는 것은 우리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플라시보'와 마찬가지다. 나쁜 점괘가 나왔다면 그런 결과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도록 지금보다 좀 더 노력하고 좋은 점괘가 나왔다면 거기서 긍정적인 힘을 얻어 더욱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나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점을 봄으로써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는 것은 좋지만 결국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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