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타결됨에 따라 공은 비준을 해야 하는 국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원론적으로는 찬성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반대도 만만치 않아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여야당 모두 대통령 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비준이 현정권과의 차별화 등 선거전략에 휘말리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이미 표류 징후가 나타난 지 오래다. 여당의 경우 당의장을 지낸 사람까지 반대 단식투쟁에 나선 것을 비롯해 대권에 뜻을 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대나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찬성이 우세하지만 농촌 출신 의원 중 상당수가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충격이 크지 않았던 한ㆍ칠레 FTA 비준에 1년6개월을 소비한 것을 떠올리면 한미 FTA 비준 몸살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ㆍ칠레 FTA와 달리 한미 FTA는 제3의 개국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어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낮은 수준의 타결이지만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해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나라가 술렁거린다는 점에서 위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국익에 걸맞은 판단과 행동으로 국민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대다수는 개방시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한미 FTA에 찬성하는 쪽이다. 그동안 흔들렸던 한미관계가 이번 FTA 체결로 경제뿐 아니라 안보면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상황에서 선거와 비준을 연결시키는 ‘속 보이는’ 정략으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대안 없는 반대보다는 피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보상 등 한미 FTA 뒷받침 정책과 시장개척과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 등 효과극대화 정책을 따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한미 FTA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일인 만큼 참여정부 임기 내에 비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하기보다 국익 차원에서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