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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으로 확정된 박해춘(59) LG카드 사장은 21일 후보 추천 직후 일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우리은행을 한단계 더 도약시키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후보 추천직후 기자간담회 가질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출입을 저지해 공개적인 간담회는 갖지 못했다. 박 내정자는 “우리은행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지만 LG카드 사장으로 있으면서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인적 구조조정 보다는 시스템이나 상품, 마케팅, 전략 등을 개선시키는 경제적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은행이 예금과 대출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비록 창구 경험은 없지만 경영자의 경험을 갖고 있어 앞으로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으로 영역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성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간 파산 직전이던 금융기관에서 몸을 던져 열심히 일했다”면서 “공적자금을 받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6년간 맡았던 만큼 노조에서 요구하는 도덕성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도 “박 내정자는 업무에 대한 추진력이 돋보이고 구조조정기업에서 성과를 낸 실전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다양한 업무경험 등으로 금융경영의 맥을 잘 알아 정상화 궤도에 오른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초 서울보증보험사장이던 박 내정자는 이헌재 당시 재경 부총리가 과천으로 불렀을 때 우리은행장을 시켜줄 것으로 믿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그에게 부실회사인 LG카드를 맡으라고 해서 그는 무척 고민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국내 금융계가 아무도 구제금융을 주지 않으려던 회사를 살려냈고, 이제 바라던 우리은행장이 된 것이다. 이번에도 그의 배후에는 정부가 힘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가 얼마 전에 몇몇 기자들에게 차기 우리은행장에 박씨를 주목하라고 힌트를 준바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21일 한 행사에서 "금융회사 뿐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의 책임자를 뽑을 때 본인의 역량과 업무 수행 능력 등 자질보다 재산 규모나 자녀의 국적, 병역 문제 등 도덕성을 따지는데 이런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박 행장 내정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목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박 내정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 취임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은행 노조는 이날 은행회관 행추위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을 내 “행추위는 아들 병역문제로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있는 박 전 사장을 인사검증에서 무사히 통과시켜 행장으로 내정했다”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독자적으로 총파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내정자는 48년 충남 금산 출생으로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 기획 및 마케팅담당 이사, 서울보증보험 사장, LG카드 사장 등을 지냈으며, 대표적인 부실금융기관인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의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구조조정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영화 조기달성 위해 실적 개선도 급선무 박해춘 우리은행장 후보의 과제는 그 누구보다 많아 보인다. 당장 노조 반발이 극에 달해 있는데다 민영화 및 업계 2위 은행으로서 산적한 현안이 수두룩하다. 우리은행 노조는 관료 출신인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보다 박 후보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민영화를 위한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 가능성 때문이며 노조는 은행 경험이 전무한 점과 자녀의 병역면제 등도 문제삼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이 옛 상업ㆍ한일ㆍ평화ㆍ종금사 등 다양한 출신들로 구성돼 있는 만큼 조직을 아우르는 리더십도 요구된다. 꾸준한 실적 증대를 통해 민영화를 뒷받침 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과제다.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 가운데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목표가 조기 달성되기 위해서는 그룹내 맏형인 우리은행의 견인차 역할이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총자산 186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177조원인 신한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신장세가 주춤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은행 경험이 없는 박 후보가 국민, 신한과의 경쟁에서 성적을 내느냐는 중요한 관심사다. 통합 시장점유율이 23%에 달하는 신한ㆍLG카드가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태세인 만큼 6% 수준인 우리카드의 점유율 확대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파산 직전이던 LG카드를 맡아 경영정상화를 이끈 경험이 있는 박 후보에게 가장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 카드 부문인 만큼 조기에 실적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성장을 이끌면서 위험 관리에도 만전을 기울여야 할 처지다. 올해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 등 위험 요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