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금 세계증시는 호황인데…(사설)

올들어 세계경제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금년 1·4분기중 지난 10년래 최고인 5.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 과열을 우려, 금리인상을 검토중이라고 한다.뉴욕의 다우존스 주가평균은 이같은 금리인상설에도 불구 지난 2일 7천을 돌파한데 이어 상승을 지속, 현재 7천2백선까지 와 있다. 연초 대비 12%이상 오른 것이다. 유럽경제의 견인차인 독일 역시 통일의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 주가는 연초에 비해 23%나 폭등했다. 영국은 지난 1일 치러진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대승, 블레어 정권이 들어섰으나 주가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과거와는 딴판이다. 일본도 엔화가 최근까지 약세가 계속되자 경기도 지난 5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증시가 회복기미다. 동경증시의 주가 평균은 이미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 올들어서 다시 2만엔을 돌파했다. 이는 과거 최고기록인 지난 89년의 3만8천엔대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나 일본국민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는 중국·홍콩·인도네시아 등의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익률이 높은데 비해 주가가 하향세에 있는 나라는 태국과 한국이다. 두 나라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외환사정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태국은 작년 2월부터, 우리나라 역시 같은 작년 5월 지수 1천의 고지를 넘기지 못한채 7백선대에서 맴돌고 있다. ○미 활황,금리인상 검토 우리나라는 이달 초 정부가 외국인 개인투자한도를 23%로 늘리고 30%까지 계속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증시는 여전히 침체상태다. 오히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공급증대 우려로 주가가 떨어지는 추세다. 우리증권시장이 수요촉진책인 외국인 투자한도를 증대시켜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제는 미국경제와의 동조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일도 불황 탈출 회복 기미 지난해 우리경제는 7.1%의 성장률을 기록, 숫자상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막대한 생산재고가 금년으로 넘어와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작년대비 71%나 증가한 79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는 작년에 비해 2배가 넘는 55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 가운데는 외환위기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4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외환보유고가 늘고 국제수지 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일단은 희망적이다. 아직 낙관론이 금물인 것은 수출경쟁력이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금년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대한 심리적 불안요인과 후보자들의 각종 공약 남발로 인플레이션도 우려되고 있는 시점이다. 홍콩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아시아 12개국의 투자안전순위를 보면 한국은 6위로 평가됐다. 또 다른 항목인 정치·사회적인 불안 순위면에서는 1위로 나타났는데 이는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원만하지 못한 노사관계 등에 연유한 바 크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사회적인 불안이 높다는 것은 경제성장의 잠재력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비교적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 상장회사의 실질 수익은 36%가 감소했다. 연구기관들에 따라서는 경기가 금년 상반기중 바닥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년 이후로 미루는 곳도 있다. ○대선 인플레 심리 잠재워야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증시가 회복세로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징후가 나타날 경우 경기 최저점 수개월전에 주가가 반등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아 올해 상승 국면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증시회복의 징후 가능성은 우선 국제수지 적자의 증가세가 반전하면서 감소 내지는 흑자로 돌아 설 때이다. 둘째는 지난 4월 금융대란에 대비, 통화량 증가에 따라 금리가 하락하는 때인데 이번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주력상품의 가격과 경기가 회복되는 징표가 가시화 될 때이다. 정부는 이같은 징표가 나타나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기반 조성을 통해 상승 반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조치로서는 지금 우리나라를 온통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김현철씨를 싸고 도는 각종 의혹과 한보철강의 불법외압 대출 진상을 명명 백백하게 밝혀 국민 대화합을 유도해야 한다. 또 현 정권이 임기말이라는 점을 인식, 새로운 개혁보다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계속 유지시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의 지상목표를 물가안정에 두어 대선기간중 일어날 수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지금은 현 정권이 받을 성적표를 마무리하는 정리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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