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13일] '9988' 행복노후를 위하여

술자리에서 곧잘 등장하는 건배사 중에 '9988234'라는 게 있다. 건배 제의자가 "구구팔팔"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삼사"로 화답하는 식이다. 풀이를 하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 3일만 앓다 죽자'는 뜻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좀 더 적극적으로 '99세까지 팔팔하게 20~30대처럼 살다 죽자'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뜻풀이야 어찌 됐든 모두가 꿈꾸는 건강 장수의 염원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수명의 연장으로 요즘에는 이런 구호가 막연한 꿈만도 아닌 것 같다. 지난 1960년대만 해도 우리의 평균수명은 50세를 조금 웃돌았다. 하지만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30세가 연장된 셈이다. 이런 속도라면 지금 20~30대가 고령자가 되는 몇십년 후에는 '팔팔한' 백세 노인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인구통계학적으로도 불과 10년 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염려스러운 것은 장수시대가 동반할 그림자다. 평균수명의 연장은 곧 소득이 없는 '은퇴 후' 삶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중장년층의 은퇴 시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최근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평균 은퇴 연령은 54세로 나타났다. 경제난의 여파로 '사오정' '오륙도'가 남 얘기가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니 은퇴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이들에게 어림잡아 30~40년에 이르는 후반부 인생은 악몽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인생의 큰 불행 중 하나가 '노년무전'이라고 했는데 요즘 은퇴세대가 버텨내야 할 '노년'은 과거에 비해 너무도 길고 고달프다. 사회보장의 혜택도 충분하지 않고 자녀들한테 무한정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인생 이모작ㆍ삼모작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스스로 노년을 개척해야 할 대다수 부모세대에게 선진국형 역모기지 주택연금은 어느 정도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침 12일로 도입 2주년을 맞은 이 제도는 집을 맡기고 종신 연금을 받는 공적 보증 상품이다. 만 60세 이상의 1주택 보유자라면 누구나 이 제도를 이용해 평생 내 집에 살면서 노후 생활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주택연금 덕분에 은퇴 이후 고정수입이 생기면서 삶의 여유를 얻게 됐다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끊었던 취미생활도 다시 시작하고 외부모임에도 자주 참석하며 늘그막에 행복을 되찾게 됐다는 어르신들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노후의 길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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