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스’가 중국 위생상태 바꾼다

지금 중국은 사스와 전쟁중입니다. 지난 5월 1일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많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우선 거리 풍경을 봅시다. 휴교중인 대학가의 삼엄한 출입 통제,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도로, 두꺼운 마스크 행렬 등의 모습은 아직까지 사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중국인들에게 얼마만큼 자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눈물 겨운 사스 퇴치 노력을 보면 조만간 평온을 되찾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샘솟기도 합니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대대적인 방역 소독 작업, 감염지역에 대한 철저한 통제 등을 통해 사스의 확산을 막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와 국민의 신뢰회복을 통해 사스추방에 나서는 노력이 엿보이는 것도 이른 시일내에 사스가 진정될 것 같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게 만듭니다. 지금 베이징 시내의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만중일심 항비전(萬衆一心 抗 `非典`, 모두 한마음으로 사스에 대항하자)`라는 붉은 색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이 같은 모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령으로 느껴지고, 중국인들의 합심은 불결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중국 위생상태를 급속도로 변화시킬 것 같다는 성급한 예단을 하고 만듭니다. 이 같은 생각은 우선 이번 사스가 중국인들의 일상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원시에청(wenxuecity)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연일 사스로 인한 중국 사회의 변화상이 다양하게 올라 오고, 실제 최근 중국 사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스 이후 가장 먼저 손꼽히는 변화는 “중국인이 깨끗해졌다”는 것입니다. 사스 예방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위생에 있다고 알려 지면서 외출에서 돌아온 중국인들은 손부터 씻고 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중국에서 봄철에 유행하던 감기와 장염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항간의 속설에 중국인들은 잘 씻지 않는다고 하고, 중국에 사스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도 이것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번 사스로 인해 이 속설도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중위생에 대한 관념도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광동성에서는 거리에 침을 뱉으면 50위안(한국돈 7,500원 상당)의 벌금을 물려 길에 침을 뱉는 행위를 봉쇄하기 시작했고, 집과 거리를 소독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연인의 길거리 애무가 사라졌다.”는 것도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중국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연인들의 뜨거운 애정 표현입니다. 그런데 사스 이후 길거리에서 키스를 하거나 포옹하는 연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습니다. 잠복기가 지나기 전까지 상대방은 물론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 사스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이 좋다(?)` 해도 참아내고 있는 것이지요. 술집 등 유흥업소가 문을 닫고, 바깥 출입이 억제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혼소송과 범죄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 들고, 사스 예방차원에서 악수를 하는 대신 서로 절을 하는 옛 전통 인사법이 부활된 것도 재미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밖에 재담에 가까운 얘기지만 헛기침만 하면 “버스에서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스로 인해 외식이 없어지면서 “남자들의 요리 실력이 늘었다”, 다소 엽기적(?)이긴 하지만 사스가 야생동물로 감염된다는 설이 나돌면서 “야생동물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등등의 재미있는 이야기 들이 나올 정도로 중국 사회는 지금 사스 발생이후 극심한 변혁을 진행중입니다. <고진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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