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어 예산편성 기준과 방식을 개선하고 집행에 대한 사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정부 부처들은 지난해 국회의 승인을 받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거나 삭감된 예산을 부처가 자의적으로 전용하는 등 '제멋대로' 예산집행을 했다.
예를 들어 고용노동부의 경우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예산의 60%를 집행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의 경우 저소득층 지원예산의 73% 정도만 집행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예산편성과 집행 간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예산이 과다하게 책정되거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부처가 승인 받은 예산을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거나 사업진행에 문제점을 발견해 불가피하게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특히 예산의 낭비와 남용을 막기 위한 의도에서 예산집행을 과감하게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은 평가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일차적으로 사전에 예산편성 기준과 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산편성 과정에서 부처들이 일단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요구액을 부풀리거나 전용하는 관례 등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의 과다책정과 불용액의 발생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처별 예산요구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과 타당성 검토 등을 통해 예산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예산편성과 배정에 있어 주요 사업별 예산에 대한 심의를 강화함으로써 예산의 과대책정과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집행 후 사후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예산 운용에 대한 국민의 참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각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의 집행내용을 정기적으로 자세히 공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예산심의도 강화돼야 한다. 해마다 정쟁에 휩싸여 전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조차 지키지 못하다 보니 국회 예산안 심의는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편성 및 국회 심의기능의 강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