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대가 극빈층 친구 생계비 3년여간 갈취

부모를 잃은 뒤 어린 동생과 함께 70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생활보호대상자 동창생의 돈을 3년 넘게 뜯어온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1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남에 사는 A(16)군은 2002년 4월 자신과 같은 임대아파트에 중학교 동창생 B군이 할머니, 어린 동생과 사는 것을 알고 `돈을 주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협박해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B군의 돈을 한 푼 두 푼 뜯어냈다. A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02년에는 몇 백원이나 몇 천원씩을 뜯어내다가 점점씀씀이가 커지면서 B군에게서 빼앗는 돈의 액수도 함께 많아졌다. B군은 고등학생이 되자 유일한 생계수단인 생활보호대상자 보조금 40여만원을 늙은 할머니 대신 자신이 직접 관리하게 된 사실을 알고부터는 A군의 요구와 협박이더욱 집요해졌다. B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된 A군은 40만원 남짓인 B군의 보조금에서 한꺼번에10만원 가량을 빼앗아 휴대전화나 여자친구의 선물을 사거나 가출비용으로 썼다. 돈이 필요할 때면 `통장으로 입금하라'는 요구까지 서슴지 않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A군이 2002년 4월부터 올 10월까지 3년 반 동안 B군에게서 빼앗은돈은 무려 420만원에 달한다. 생활고에다 계속되는 A군의 협박과 갈취를 더 이상 참지 못한 B군이 폭력예방인터넷 사이트에 피해 사실을 게재함으로써 경찰 수사가 시작돼 비로소 3년 반의 고통을 끝낼 수 있었다. 수사 관계자는 "A군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친구 가족의 생계가 걸린 돈까지 뜯어 왔다"며 "피해자와 합의해 구속은 면했지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사건"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