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일모직 정욱준 상무 "3년내 '톰 브라운' 같은 글로벌 토종 브랜드 낼것"

제일모직 상무로 합류한 파리가 반한 남자 ‘준지’ 정욱준<br> 해외에서 더 유명한 ‘모던 클래식의 대가’, 제2 글로벌 도약 꿈꿔<br> 디자이너만의 DNA 있어야 무한 경쟁 시대에서 생존



'파리가 반한 남자'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칭송한 클래식의 변환자''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선택해 화제가 된 아방가르드한 남성 트렌치 코트' '준지(정욱준 파리컬렉션 라인)'의 정욱준(45ㆍ사진)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그는 1992년 패션디자인스쿨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한 뒤 클럽 모나코, 닉스 등 국내 브랜드를 거쳐 1999년 자신의 브랜드 '론 커스텀'을 선보였고 2007년 파리 입성 후 한국 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내 제일모직 6층 사무실에서 제일모직 입사(9월15일) 100일을 앞둔 그를 만났다. 정 상무는 제일모직의 프랑스 라이선스 브랜드 '니나리치'의 디자인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 당시부터 여성복을 담당한 정구호 전무와 함께 남성복 부문을 이끌 제일모직의 차세대 전문 디자이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 상무는 제일모직과 인연이 깊다. 그는 제일모직이 전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을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유일한 3년 연속(2009~2011년) 수상자. 제일모직과 협업을 통해 차례로 내놓은 빈폴 트렌치 코트, 빈폴 액세서리, 빈폴 바이 준지 가방이 '대박'을 치면서 그 인연은 갈수록 깊어갔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를 가져가면서 이를 회사와 함께 키워 디자이너로서 제2의 도약을 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것도 그 때부터"라고 그는 전했다. 정 상무의 제일모직행은 앞서 제일모직 여성복 부문장으로 활약 중인 정구호 전무의 영향이 컸다. "구호에 이어 르베이지, 데레쿠니 등 걸작이 될 만한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게 부러웠다. 디자이너는 대중이 선택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은 독창성과 함께 상업성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그 제품은 단순한 작품에서 상품으로 승화할 수 있다." 정 상무는 3년 이내에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토종 남성 브랜드 론칭을 구상 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톰 브라운' 과 같은 클래식하면서 모던한 남성복 브랜드를 지향한다. 주공략층은 20~30대지만 전 연령층이 타깃이다. 제일모직의 토종 브랜드는 1995년 출시된 엠비오가 유일하다. "이서현 부사장이 항상 강조하는 게 글로벌에서 인정 받는 한국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바로 디자이너로서 저의 사명감이자 회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미션이다." 주고객이 30~40대인 니나리치는 그의 터치로 남성복을 비롯해 남녀 액세서리 모두 '영(young)'해질 전망이다. 정 상무는 "남성복을 만들 때 29세 남성이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며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29세를 에이지(age) 타깃으로 했을 때 주고객인 30~40세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액세서리의 경우 25세 여성이 착용하는 것을 상상한다는 그는 "내년 트렌드는 네오 클래식으로 군더더기를 뺀 미니멀하면서 엣지 있는 클래식 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상무는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DNA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샤넬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의 독창성처럼 디자이너의 쏘울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를 스타 디자이너 대열에 올려 놓은 파리컬렉션 데뷔작인 '준지'의 트렌치코트처럼 말이다. 이제는 정욱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아방가르드 한 트렌치코트는 당시 조끼 분리형, 길이가 특이하게 짧은 스타일, 점프 수트 형태로 유럽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정 상무는 패션 공부를 시작하면서 10년 단위로 인생의 로드맵을 작성한다. 30대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고 40대에는 파리컬렉션을 누비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지켜왔다. 50대 꿈은 명실공히 글로벌 디자이너다. 정 상무는 "뜻밖에 60대에는 가드닝(garding)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항상 자신의 작업만 하다 보니 나를 위해서만 살아왔다. 베풀며 살지 못했는데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식물로 기쁨을 주는 작업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준지'로 10번째 파리컬렉션을 준비 중인 그는 컬렉션을 한 달여 앞두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밤샘 작업에 들어간다"며 총총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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