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이롱 환자' 등 사기·이기주의에 만신창이된 車보험

국가 차원 전담조직 만들어 해결을<br>선진국선 보험사기국 등 설치 모럴해저드 차단<br>靑직속기구등 부처 뛰어넘는 강력한 조직 필요


'복합중증으로 정신이 혼미한 환자의 주머니에 있는 돈은 먼저 꺼내는 놈이 임자' 자동차 소유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을 둘러싸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보험사기의 양태를 들여다보면 더도 덜도 아닌 딱 이 모습이다. 자동차보험금을 노리고 병원, 전문 브로커, 가짜 환자가 공모한 사기단이 결성되는가 하면 보험사기에 동원될 아르바이트생을 인터넷에서 공개모집할 정도로 기막히다. 이쯤 되면 '주요20개국(G20) 의장국'이라는 자부심이나 '무역대국 7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경제적 위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상당히 굳건해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문화는 곳곳이 여전히 후진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느슨한 법률과 엉성한 규제에 있다. 사고차량이 정비업소에 도착하면 보험금만큼 계산된 '기획상품'이 기다리고 있고 사고 피해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보상금을 겨냥한 '나이롱 환자'로 변신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보험금을 둘러싼 검은 이해의 접점 어느 곳에도 감시와 견제의 두려움은 없다. 여기에다 '나만 손해볼 수 없다'는 이기주의가 가세하면서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는 갈수록 광범위하고 대담해지는 양상이다. 자동차보험으로 적발된 사기금액은 지난 2006년 1,239억원에서 2007년 1,359억원, 2008년 1,778억원, 2009년 2,236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기 관련자 수도 2006년 2만2,500명에서 2009년 4만6,3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자동차보험 문제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당국은 금융위원회ㆍ보건복지부ㆍ국토해양부ㆍ행정안전부 등등. 하지만 어느 곳 하나 자동차보험 사기를 뿌리뽑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자동차보험 태스크포스(TF)팀에서 마련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에는 주요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마다 예외없이 '보류' 딱지가 붙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직속기구처럼 부처를 뛰어넘는 강력한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보험은 각계의 도덕적 해이와 집단 이기주의에 막혀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국내에는 보험사기를 전담하는 조직조차 제대로 없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집단의 의견을 조율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만 자동차보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자동차보험 사기로 골머리를 앓았던 미국이나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민관 합동으로 보험사기국이나 보험범죄방지국을 설치해 보험금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를 줄여나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