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실력자들이 지난주 말 한목소리로 한중일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이후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고 있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지난 12일 한국과 일본의 베이징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아시아 공동체가 조기에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가진 '새로운 한일관계와 그 역할을 담당할 리더의 육성'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불행했던 과거사를 사죄하면서 "중국과 한일 양국, 3국이 신뢰를 토대로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국 간 협력을 강조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역 간, 권역 간 협력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은 리스본조약이 발효돼 유럽연합(EU)이 법인격을 갖게 됐고 남미와 아프리카도 남미시장공동체(메르코수르)와 아프리카연합(AU)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동아시아 지역의 유대는 느슨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중일 3국 간 교역비중은 전체의 22%로 EU(63%), 북미자유무역협정(54%) 등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뒤늦기는 했지만 동아시아도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월 3국 정상들은 한중일 FTA를 '민간공동연구' 단계에서 '산관학 공동연구' 단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일본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 아래 아시아 역내 통합에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도 지역경제 통합에 대비한 연구에 착수했다.
동아시아 경제통합이 더딘 데는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이 큰 걸림돌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내년에 우리나라는 주요20개국(G20) 회의 및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활약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제질서 재편 논의를 주도하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 통합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한중일 FTA를 비롯해 투자, 에너지 녹색성장, 교통ㆍ물류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