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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내리꽂히는 무대의 중앙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오디션을 보는 동안 객석에서 한 젊은 청년이 무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임길호(34) 익스트림플레이 대표다. 30대의 젊은 그지만 배우들을 살피는 눈매는 매섭다. 그는 '웨딩브레이커', 'S다이어리', '수상한 흥신소' 등 대학로에서 이름 꽤 알려진 작품을 잇달아 무대에 올린 연출가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임 대표의 연극이 펼쳐질 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말 그대로 '극단적 유희(extreme play)'를 추구하자는 의미에요." 극단 이름에 얽힌 스토리다. "어린 시절 인생,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방에 틀어박혀 책과 영화를 파다가 어느 순간 '뭘 해봐도 의욕이 없다면 오롯이 내 즐거움을 위해 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극단적 유희가 제 종교이자 철학이 됐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은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임 대표는 2009년 서울시의 '2030 청년 창업 프로젝트' 1기로 참여하며 1인기업으로 익스트림플레이를 만들었고, 2010년 6월 말 어렵게 창단작품인 '수상한 흥신소' 가 무대에 올랐다. "초기 예산으로 8,000만원이 주어졌어요. 다들 공연 말고 그 돈으로 장사를 하라고 할 정도로 전망이 안 좋았어요. 한 달 대관료가 1,000만원 이상이니 틀린 말도 아니죠." 다행히 임 대표의 첫 작품은 4개월 동안 아주 조금 적자를 낸 것으로 마무리됐다.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지만 대관료와 홍보마케팅비용에서 출혈이 컸기 때문. 가능성을 본 임 대표는 그 해 12월 '수상한 흥신소'를 재공연했고 이듬해 4월엔 타임슬립(시간여행) 구성이 돋보이는 '임이랑 지우기'도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익스트림플레이의 전용 극장도 2개나 마련했다.
겸손하게도 임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창업센터 때부터 알았던 IBK기업은행 컨설팅 담당자가 꾸준히 상담을 해주었고, 두 번째 전용관을 지을 때도 자금 융통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했다. 가장 먼저 만든 전용관은 당시 '수상한 흥신소' 전용관으로 쓰고 있었는데, 2013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IHQ와 공동으로 'S다이어리'를 연극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전용관이 필요했다. 이 때 익스트림플레이는 기술보증협회와 기업은행을 통해 총 2억 원을 융통받을 수 있었다.
운이라고만 하기엔 성과가 좋다. 창단극 '수상한 흥신소'는 어느덧 5년차 장기 공연작이 됐고, '임이랑 지우기'를 각색한 '웨딩브레이커'는 판권 계약을 통해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임 대표는 "판권 계약을 맺은 건 몇 년 전인데, 갑자기 지난해 드라마에서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며 "지금은 영화화 시기를 조금 늦추는 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이웃사람'과 '통증'을 만든 무쇠팔에서 제작을 맡는다.
출발은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이었지만, 임 대표의 머리는 이미 글로벌 무대를 그리고 있다. 익스트림플레이는 최근 3D 홀로그램과 플라잉(flying) 액션을 연극에 적극 접목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홀로그램을 공연에 접목한 사례는 최근 몇 건 있지만 기존 무대 배경을 돕는 정도"라며 "우린 배경만이 아닌 무대 전체를 오로지 3D 기술로만 보여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잉 기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뮤지컬에 양념 정도로만 쓰였을 뿐, 태양의 서커스처럼 극의 주가 되는 기술로는 활용되지 못했었다"며 "전문 기술자들과 함께 플라잉 액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도 인큐베이팅 단계"라고 말했다. 익스트림플레이와 관련 전문 기업이 함께 구상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일단 원천 기술을 확보한 뒤 캐릭터를 개발해 출판·방송용 애니메이션·공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에 활용할 계획이다.
"거창한 주제보다는 부담 없이 관객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예술 아닌가요. 실컷 웃고 극장을 나설 때 관객의 생각이나 마음에 작은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열정 넘치는 젊은 극단 익스트림플레이. 즐기며 슬슬 속도를 내고 있는 그들의 극단적 유희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