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충격·분노
■시민 반응정부 모든 수단 동원 김씨 구출·생환시켜야시민단체 "파병 재검토" 목소리 높여
이라크파병 반대 비상국민 행동회원들이 21일 청와대 앞에서 피납된 김선일씨의 사진을 들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류효진기자
김선일씨 납치소식에 시민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김씨의 무사생환을 기원했다.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씨의 생사문제와 이라크 추가파병을 두고 찬반 논란을 벌였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파병 철회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시민들은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에 전해진 충격적인 뉴스에 할 말을 잊었다. 특히 한국인도 참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데 대해 큰 충격을 나타냈다.
주부 김성미(40)씨는 "살려달라는 김씨의 모습을 TV에서 보고 너무 비참하고 섬뜩했다"며 "정부가 힘을 써 김씨가 안전하게 되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회사원 김봉수(37)씨는 "설마 했는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며 "협상을 통해 자국 국민을 무사히 구해낸 일본처럼 정부도 최선을 다해 김씨를 무사히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씨의 모교인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들은 이날 '지하드 유일신 단체에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고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박종평 교수 등 이 대학 아랍어과 교수 10명은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해할 수 없다'는 코란 말씀을 빌려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일동은 김씨를 납치한 '지하드 유일신 단체'에 김씨의 석방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이어 "김씨는 재학 중 아랍ㆍ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고 아랍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성실한 학생이었으며 싸우려고 이라크에 간 것이 아니라 이라크 재건을 돕는 한 무역회사의 통역으로 간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들은 이 호소문을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 본사에 보냈으며 호소문은 이날 오후 현지 뉴스에 3차례에 걸쳐 방송됐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총상을 입고 전남 목포 중앙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임재석(38ㆍ목포시 용해동)씨도 "정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랍된 김선일씨를 무조건 살려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오는 피랍 관련 소식에 속속 댓글을 달며 이번 사건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네티즌 '김두화'씨는 "TV에서 (김씨가) 절규하듯 소리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겁고 전쟁을 일으킨 미국도 원망스러워진다"며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세워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파병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이라크 파병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명분이 없는 만큼 정부는 빨리 이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 응당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입력시간 : 2004-06-21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