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압박] 몰아치기식 곤란… 차분히 추진을

정부의 전방위 재벌압박 작전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재벌개혁 차원에서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급조된 엄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정부의 의중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같은 조치들이 재벌개혁 마무리라는 목적 아래 취해진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개혁은 세무조사나 검찰조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만들어지고 귀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재벌정책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재벌개혁 불가피론= 연말까지 재벌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정부 입장과 관련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개혁 드라이브가 일부 재벌의 저항으로 지지부진해지면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가 강경으로 선회했다는 것. 실제로 연말까지 재벌개혁의 성과물을 제시해야 할 정부로서는 사정의 칼을 들어대서라도 구체적인 결과를 끌어내야 할 형편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이 총동원된 초유의 재벌압박 작전이 시작된 것도 이같은 절박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개혁론자들의 설명이다. 방법론상으로 다소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재벌개혁이라는 대의(大義)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정황론이 배경에 깔려 있다. ◇정치적 배경론= 겉으로는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벌해체 논쟁이 불거지자 정부가 직접 나서 「해체가 아니라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해명까지 한 마당에 굳이 재벌 몰아치기에 나설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는 지적이다. 관변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순수한 의미의 개혁을 위해 장기적인 복안을 갖고 이같은 압박작전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정치적 이득을 노린 것인지 현재로서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일 정치적 배경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의 권력의 극대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연결지어 재벌개혁을 남용한다면 이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간 경쟁론= 재벌개혁에 대한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드러나면서 가만히 있으며 재벌비호세력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관료들을 강성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전후해 몇몇 청와대 측근들이 인적 청산론등 극단적 주장을 들고 나오자 관료사회에 동요가 일었던 것이 사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전체적 조율아래 나온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들이 독자적으로 추진, 발표한 사안』이라며 『일부 부처들이 재벌압박을 둘러싸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충실해야만 한다. 최근 재벌총수들에 대한 개인적 처벌이 강조되는 분위기는 결국 이같은 원칙론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최정표(崔廷杓) 건국대교수는 『개혁은 법과 제도로 하는 것이지 편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의 재벌총수 압박은 개혁기조와 무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崔교수는 특히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났다면 근원적으로 조작을 하지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갑자기 책임자 처벌만을 강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재벌개혁의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기조에서 빠져 나오려는 재벌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무원칙한 대응을 눈감아서도 안된다는게 현상황을 바라보는 일반적 시각인 셈이다. 이종석기자J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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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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