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엉성한 정책조합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콜렛-헤이그(생산활동에 낮은 세율, 여가활동에 높은 세율)' 규칙을 정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고속도로 차등요금제. 재정부는 주무기관인 한국도로공사의 반대에도 평일 출퇴근 시간대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강화하는 대신 주말에는 통행료 부담을 높이려고 한다. 생산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고 특히 출퇴근 시민들의 교통비용을 낮춰 체감물가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주말 고속도로 요금 인상은 여가활동 촉진을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정부의 또 다른 목표와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 치솟는 외식비에 대해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고 했다. 임종룡 1차관이 전일 "정부는 (외식비와 개인서비스 요금의) 담합과 과다인상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업영역인 기름과 통신사업과는 달리 외식업은 주로 자영업자의 생계수단이라 정부의 개입이 자칫 탈출구 없는 자영업자를 더욱 옥죌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실업급여 임의가입을 허용하는 등 한편으로는 지원책도 내놓았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 ▦ 내수활성화 ▦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정책목표를 바탕으로 31개의 대안을 쏟아냈다. 내수 살리기를 위해 국민이 돈을 많이 쓰게 만들면서 동시에 물가도 진정시키겠다고 한다. 정책의 엇박자는 정부가 이처럼 상충할 소지가 있는 목표들을 한꺼번에 달성하겠다고 나선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에도 백화점식으로 정책을 내놓았지만 물가안정을 제외한 다른 목표의 달성에는 어느 정도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책조합(policy mix)이 엉성하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에 8ㆍ5제를 도입하면서도 파급력이 강력한 대체휴일제는 보류했다. 자영업자들이 진정 원하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방안도 제외됐다. 물가안정을 위해 공정위가 골목상권 담합을 제제하라는 새 임무(?)를 부여받고 주무부처 장관이 정유사들에 100원 인하한 기름값을 천천히 올리라고 경고한 데 비하면 강도가 낮다. 여타 정책들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어넣은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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