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지난 25일 공식 취임했다. 2001년 12월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이후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퓰리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페론당 소속의 중도좌파 정치인답게 출발부터 대중에 영합하는 디폴트 해법을 내 놓았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주택이나 교육, 건강 등을 뒤로 미룬 채 대외채무를 지불할 수는 없다”면서 “채권자들과 협상은 하되 이 협상의 목적은 대외채무 삭감과 금리 감면, 만기 연장 등 3가지”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더할 수 없이 `입맛`에 맞는 말이지만 채권단을 비롯한 해외의 반응은 우려 반(半), 냉소 반(半)으로 요약되고 있다. 재정이 거덜난 상태에서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해외자본 유치가 필수적인데 그의 처방은 역(逆)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며 부의 재분배 강화 등 이른바 사회적 정의에 상당한 무게를 두는 정치인이다. 정치 슬로건 역시 변화와 개혁이다. 정치 신인으로 평가되는 그의 급부상은 민중주의 정치계보의 맥을 이어가는 거물 정치인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의 지지 때문인데, 이로 인해 그는 정치적 빚을 지고 있다는 평도 듣고 있다.
3선 주지사를 지내는 동안 그는 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주 정부의 홍보 광고를 주지 않았고, 주 대법원 판사 인사와 관련해서는 측근 임명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그가 난파를 헤쳐나가며 국론을 모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구나 그는 전체 의석의 20%에 불과한 소수 정당이 탄생시킨 대통령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는 외형상 닮은 꼴을 전제로 한 견강부회(牽强附會)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면 부인하기도 어렵다. 노 대통령 역시 포퓰리즘적 행보와 통합의 리더십 부재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실패한 경제의 전형으로 꼽히는 국가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적 현상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감도 크다. 이 때문일까. 외형적이지만 두 정상의 닮은 꼴에 대한 선입견적 우려가 이처럼 커지고 있는 까닭은.
<정구영(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